'코로나검사 거부·도주' 사랑제일교회 덕분에…신천지 재평가?

전광훈, 바이러스 테러 등 음모론 제기
음모론 믿는 신도들 조직적 방역방해
신천지, 방역협조 홍보하며 이미지 개선 나서
2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경찰 병력이 중대본의 역학조사 중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일부 신도들은 조사를 거부하거나, 확진 판정 이후에도 도주해 거리를 활보하는 등 고의적인 방역방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방역당국은 20일 사랑제일교회 신도 및 예배 참석자 명단 확보를 위해 강제 행정조사에 돌입했지만 신도들의 강한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성북구 방역조사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시간 가량 교회 신도 등과 대치하다 오후 8시쯤 교회 내부로 진입, 일부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교회 신도들은 '문재인 빨갱이'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방역당국을 막아섰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는 당국에 두 차례 교인명단을 제출했으나 명단 안에는 900명의 이름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랑제일교회 교인 추정치는 2000~3000명이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1항에 따라 서울시에 강제처분권한이 있다"면서 "별도의 영장제시가 필요없는 행정조사"라고 반박했다.

18일 50대 사랑제일교회 신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를 받다가 도주해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신도는 도주 후 서울 종로와 신촌의 커피숍 등을 돌아다닌 후 다음날 새벽에야 검거됐다.

그는 붙잡힐 당시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커피숍엔 수십명의 손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7일에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리러 찾아온 보건소 직원에게 침을 뱉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는 다음날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신도들의 코로나 만행이 이어지는 이유는 사랑제일교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 등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도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자신들을 탄압하려고 방역당국이 거짓으로 확진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측은 이 기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천지 측은 최근 예배 및 모임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