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꼬리표' 없는데…신용대출로 집 구매 어떻게 막나"

"신용대출로 집 구매 막아라"
당국 지시에도 은행들 '떨떠름'

임직원 공지, 규정 마련 검토 중
회의적 시각도 다수…"돈에 꼬리표 없다"
사진=뉴스1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최근 신용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업점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LTV DTI DSR 등)를 숙지해 규정 위반, 우회지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은행이 지난 19일 오후 전체 임직원에게 공지한 내용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신용대출의 주택자금 전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별도의 규정을 만들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주담대 규제 강화 이후 집을 사려는 자금 수요가 일반 신용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정부의 지적이 나오자 은행들도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주식, 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앞으로 시장 불안 시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그럼에도 "실제 규제를 현장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은 만큼 자금 용도를 일일히 추척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은행법상 신용대출을 주택구입 용도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은행들도 신용대출 심사 때 대출금이 주택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차주들이 자금 용도를 '생활자금'과 같이 다르게 신고하거나 시차를 두고 주택구입에 활용할 경우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일부 은행들은 신용대출 취급 시 증빙소득 서류 제출 여부 등에 따라 신용대출과 주담대의 동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같은날 신용대출과 주담대를 함께 받을 수 없고 신규 대출 취급시 기존 대출금의 사용 용도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용대출을 먼저 받은 뒤 시차를 두고 주담대를 받거나 다르게 신고할 경우 막을 수 없다.
사진=뉴스1
은행들은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신용대출의 주택자금 전용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취급할 때 자금 용도를 확인하고 있지만,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 은행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기간을 정해 신용대출과 주담대를 동시에 취급하는 걸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담대가 실행된 달이나 주에는 신용대출을 제한하고,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은행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이 있었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은행들 '당분간 모니터링'

대부분 은행들은 당분간 금융당국이 별도 지침이 올때까지는 일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관망한다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별다른 지침은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주로 은행연합회를 통해 관련 지침이 내려오는데, 신용대출과 관련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금융위가 자금 용도 규정위반 점검을 강조한 만큼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신용대출은 7월에만 전달 대비 4조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이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 집을 구매하거나 전세를 옮기는 데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급증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 창구를 조이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