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으로 듣는 싹쓰리 '다시 만난 바닷가'

KBS교향악단, 가요 편곡 클래식 진입장벽 낮춰
SM과 협업한 서울시향은 해외에 이름 알려
대중화 시도로 코로나19 속 클래식 저변 확대
더블베이스 울림판을 손으로 두드려 박자를 맞추고 이내 익숙한 선율이 바이올린 줄을 타고 퍼진다. 바이올린 선율에 비올라, 첼로가 하나씩 음을 쌓아 올린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인기를 끌었던 싹쓰리의 '다시 만난 바닷가'를 실내악으로 편곡한 것이다.

연주에 나선 곳은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은 지난 19일 유튜브 공식 채널을 '보면돼TV'로 이름을 바꿔 클래식 대중화에 나섰다. 기존 대면 공연을 알리는 인터뷰 영상과 연주 영상을 올리던 채널이었다. 이제는 매주 금요일마다 오케스트라 상식과 공연 이면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전할 거라고 KBS측은 설명했다. 대중가요를 클래식으로 편곡해 들려주는 영상을 계속 올릴 것도 검토 중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은 딱딱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코로나19로 영상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점에 맞춰 수석급 단원들이 직접 나서 지식을 전하고 소통해 저변을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교향악단에 앞서 K팝 클래식화에 나선 곳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은 지난 6월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SM 소속 가수들의 곡을 오케스트라 화음으로 풀어냈다. 지난달 17일 첫 곡으로 레드벨벳의 '빨간맛' 편곡 버전을 선보였다.

이어 24일에는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 오케스트라 버전을 공개했다. K팝 악보에 적힌 음표를 단원들이 연주한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클래식 곡을 차용했다. 하루의 끝은 드뷔시의 '달빛'이 현악단 연주로 깔리며 시작된다. 영화 '피에타', '창궐', '특별시민' 등에서 음악감독이자 현악기 편곡가 박인영이 K팝 편곡을 맡았다. 두 곡은 오케스트라 버전이 들려주는 웅장함과 영상미 덕분에 해외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 후 지금까지 빨간맛 조회 수는 123만회, 하루의 끝은 44만회를 넘겼다.

엄숙한 클래식만 연주할 줄 알았던 곳들이 왜 대중 가요에 손을 뻗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열기 어려워지자 온라인 채널에서 관객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K팝으로 친밀도를 높여 코로나19가 풀리면 공연장으로 끌어오려는 심산이다. 서울시향은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팬들도 겨냥했다. SM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370만명에 달한다. 이번 컬래버를 통해 2000만 K팝 팬에게 서울시향의 이름을 각인시킨 것이다.
교향악단들은 유튜브가 가진 잠재력도 눈여겨 봤다. 클래식 입문자들이 호기심 가질 만 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어서다. 2018년 음대생들이 꾸린 유튜브 채널 '또모'나 2017년 국공립 교향악단 소속 연주자들이 음악 지식을 알려주는 '알기쉬운 클래식 사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모는 21일까지 구독자 수가 40만명, 클래식 사전은 13만명에 이른다. 공연계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클래식을 가볍게 즐기는 대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