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車수리 챗봇해보니…"다시 말씀해주세요" 무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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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車 현주소] ② 소비자 호불호 극명
▽ 사후처리까지 비대면…"시대 흐름이지만"
▽ 챗봇 등 기술 완성도 부족…소비자 호불호
▽ 답답한 소통에 울화통 vs 그래도 편리하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최근 자동차 업계에 비대면 열풍이 불고 있다. 신차 발표회와 모터쇼가 온라인에서 열리고 차량 견적을 인터넷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뽑아볼 수 있다. 홈쇼핑과 포털에서도 자동차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상담과 정비 등 사후관리까지 비대면으로 제공하겠다는 업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 산업의 비대면 서비스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한경닷컴 인턴기자 장덕진, 김기운, 김수현 3인방과 3회에 걸쳐 분석해본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비대면 서비스는 당분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판매 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전담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비 등 사후관리 부문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3월부터 전 차종을 대상으로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식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전문가가 차를 직접 가져가 수리를 마친 뒤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이송해준다. 거의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BMW도 비대면 픽업-딜리버리 서비스 대상을 보증 수리 기간 만료 고객이나 사고차까지 대폭 확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 점검 시 필요한 절차를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고 볼보는 새 브랜드 앱을 출시해 차량 기능이나 이상 증세 관련 상담을 비대면으로 지원한다. 2018년 선제적으로 사후관리 체계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폭스바겐은 앱 다운로드 건수가 125%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탔다.
반복된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세요"
다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르노삼성의 ‘엔젤센터 봇’은 인내의 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픽업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기자의 채팅에 챗봇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다시 말씀해 달라", "2분 후 채팅 상담을 자동 종료한다" 등 엉뚱한 대답만 늘어놨다. "에어컨에서 냄새가 난다", "라이트가 켜지지 않는다" 등 일반 고객들이 쉽게 물어볼 법한 질문에도 챗봇은 "못 알아들었다"며 태업으로 일관했다.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에는 "연료 잔량이 부족하냐"며 답했지만, 연료가 충분하다고 말하자 다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사 채널에도 연결해 봤지만 "무응답 시간이 길어질 경우 상담이 자동 종료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기자 마음 속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안전핀이 뽑히는 순간이었다. 바쁜 출근길에 차가 멈췄는데 이러한 답변을 연속해서 받았다면 핸드폰을 던졌으리라.
챗봇의 불손한 태도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챗봇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서비스를 보강하겠다"고 답했다. 르노삼성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앱에서 사후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실시간 대응한다면서도 고객 상담 분야가 전화, 이메일, 온라인으로 국한돼 있다. 문의를 해도 즉각적인 답을 듣기 어려운 구조다.
답답한 소통에 울화통 vs 그래도 편리하다
기술적 완성도가 낮다보니 소비자들의 호불호도 크게 갈리고 있다. 직접 서비스센터에 찾아가지 않아도 되기에 편리하다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소통 불편이 심각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최근 비대면 방식으로 차량의 시정조치(리콜)를 경험한 회사원 A씨는 "블로우 레귤레이터 관련 리콜을 받아야 했는데, 시간이 없어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직접 차를 가져가고 수리가 끝나면 사진을 보내고 차를 집 앞으로 보내줬다"고 회상했다.올해 새 차를 구매했다는 사업가 B씨 또한 "스탑 앤 고 버튼이 눌리지 않아서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오후에 볼일이 있어서 집을 나서야 했는데, 내 동선에 따라 차가 도착해 편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두 소비자 모두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문제로 꼽았다. A씨는 "전화를 건 어드바이저, 수리한 정비사, 카톡으로 정보를 전달한 직원이 모두 달랐다. 때문에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리됐는지 설명을 듣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B씨도 "차량의 이상 증세를 설명하고 입고시켰는데, 업체 측에서 증상이 없다며 그대로 돌려보내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기술과 소통방식의 향상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비대면 서비스의 기술적 부분을 향상시키면서도 어떻게 해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수리 과정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연결된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도 "시대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비대면 시장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방식의 언택트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실시간 정보 전달 모델을 통해 설득력을 높이고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 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