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취득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안형진씨 "더욱더 정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끝까지 해내는 것이 또 다른 장애운동"
"장애인은 어느 위치, 어디를 가더라도 그 커뮤니티를 바꿔야 하고, 밝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인정을 받습니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발상 자체가 또 하나의 억압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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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삼육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안형진(41)씨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논문 '능동적 시민성의 입장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의 한 대목이다.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은 안씨는 2013년 3월 삼육대 대학원에 입학한 후 7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결실을 보았다. 안씨는 "때론 형님처럼, 때론 동지처럼 저의 모든 면면을 살펴주시고 지도해주신 교수님들과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에 특별히 감사하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끝까지 해내는 것이 또 다른 장애 운동이라면서 힘을 주신 여러 장애 운동계 선후배님들의 응원과 지지에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안씨는 대학 때부터 장애 대학생 교육권 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갖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박사과정은 쉽지 않았다. 말하고 쓰는 것이 불편한 안씨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보조 장치를 활용해 발표 수업에 참여했고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수업 도우미 제도를 활용해 대필 도움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완성된 졸업논문은 156쪽에 달한다.

자립적 삶을 사는 것만이 바람직한 시민이라는 '자유주의 시민성'에 근거한 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는 "장애 당사자이기 때문에 장애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의식이 강한 학생이었다"며 "졸업까지 7년이 넘게 걸린 것도 장애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깊이 있는 연구를 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씨는 논문에 실린 감사의 글에서 "논문 쓰는 일은 이제까지 제가 가면을 쓰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던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고, 사람에게 연연하지 않으며 진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공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깊은 사색과 공부를 통해 더욱더 정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