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정책위, 법무부에 '낙태죄 전면 폐지' 권고

임신 기간 따른 낙태 처벌 반대…'부동의 낙태죄' 조항 보완해야
법무부 "추가 의견 수렴 거쳐 연내 입법"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형법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낙태죄를 없애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다.

위원회는 21일 법무부에 낙태의 '비범죄화'를 위해 낙태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낙태죄 폐지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여성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임신과 임신 중단, 출산할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태아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결정 취지였다.

이에 따라 임신 후 일정 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위원회는 그러나 이날 권고안에서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의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 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많은 선진국에서 임신 주수를 구분하는 것은 처벌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주수에 따른 적절한 사회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다만 여성의 동의 없이 낙태하게 하거나 이를 통해 여성의 신체에 해를 가한 사람을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는 법 조항을 보완해 상해와 폭행죄 범주에 두라고 권고했다.

관계부처, 시민단체와 협력해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태아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주문했다.

이를 위해선 모자보건법의 전면 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 같은 법 개정이나 대책이 마련되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 재생산권 등이 크게 신장하고, 결과적으로 양성평등 구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성의 혼인·임신·출산 기피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부는 "위원회 권고안은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권고 사항을 비롯해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입법 시한인 올 12월 31일 내에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