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코로나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보기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사실상 2차 대유행 단계로 들어감에 따라 한동안 수그러지던 코로나 공포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정확한 전파 경로, 치사율, 항체 지속성, 백신 개발 등에 대해 확실한 정보가 없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정부가 이에따라 더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시행하면 사람들은 막연한 공포를이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 확산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심리는 더 클 수도 있다. 올초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으로 다른 나라보다 일찍 코로나 확산 경험을 가진 한국이지만 이후 확진자가 1만명대에 그쳐 상대적으로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와중이어서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 좌절감 공포 등은 이루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 전체에 코로나 공포가 다시 덮치고 있는 상황을 맞아 다소 외람된 이야기지만 코로나와 관련,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몇가지 관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코로나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생각해보기다. 매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아예 모든 사회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와중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기는 하다.

코로나 공포 혹시 과장된 측면은 없을까

코로나가 왜 무서운지 주변인들에게 물으면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재수 없으면 죽을 일은 의외로 많다. 자동차 운전만 해도 사실 매우 위험하며 재수 없으면 죽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매일 운전에 목숨을 건다. 심지어 만취 상태로 핸들을 잡아 본인은 물론 불특정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이들도 얼마나 많은가.
히말라야 등반을 등 익스트림 스포츠로 불리는 것들을 하다 죽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히말라야 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굴의 도전 의지를 추앙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남겨진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어쨌든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코로나 치사율은 나라마다 들쭉 날쭉이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를 감안하면 1.8% 정도다. 일본은 2%, 30만명 정도가 확진된 스페인은 10%로 꽤 높다. 발병 초기 독감보다 낮다고 했지만 이후 나라별 통계가 다르고 또 시기별로 차이가 나서 정확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무증상 감염자 확진자의 10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무증상 혹은 경증 감염자가 확진자의 10배는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의 10배 정도가 진단이 되지 않고 이 사회에서 돌아다니면서 전파를 시키고 있다고 보는게 일반적"이라며 "얼마 전 항체 검사에서 (항체 보유자가) 많이 안 나와서 코로나19가 생각보다 덜 번졌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검사였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스페인 등 해외사례를 언급하며 코로나 무증상자가 확진자 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자기가 코로나에 걸린 상태이거나 과거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이 확지자의 10배 라는 이야기는 흔히 코로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인용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는 얘기도 된다. 다시말해 코로나 감염자중 10명중 한명만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고 그렇게 병원을 찾은 이들중에서 비로소 확진자 통계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의 10배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코로나 치사율은 10분의 1로 낮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오늘까지 1만6천346명에에 사망자는 307명인데 감염자를 16만 명 정도로 추산하면 사망률은 0.18%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마치 죽음의 역병처럼 두려워하는 코로나 사망률이 0.1%대인 셈이다.

코로나 공포 시간 지난 뒤 평가 많이 달라질 수도

코로나는 검사를 많이 하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우연이든 고의든,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집회 등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해당 모임을 가진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면 당연히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늘 수밖에 없다. 좀 더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는 코로나 증상 여부와는 무관하게 검사를 하되 전 국민 대상 검사는 어려운 만큼 랜덤 샘플링을 통한 일정 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의 위험성 내지 치사율은 아마도 몇년이 흘러 코로나가 잠잠해 진뒤, 코로나 발병 이전과 코로나 확산 시기, 그리고 그 이후의 국가별 혹은 전 세계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만약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가별로도 코로나 창궐 기간중 유의미한 사망률 증가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지금의 전 지구적 '코로나 패닉'은 해프닝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국민소득, 의료 수준에 따라 코로나 통계 다 달라질수도

당장 우리의 수십년 전 과거만 생각해도 그때는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이 많지도 않았고 진료비도 비쌌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찾고 건강검진도 주기적으로 받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소득이 늘고 경제가 발전하면 병원을 자주 찾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소득이 낮고 의료 시스템이 불비한 나라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렸더라도 정말 아프지 않으면 생업에 매달리느라 병원에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런 나라에서는 당연히 확진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정말 아파야 병원에 가기 때문에 코로나로 확진된 사람중 사망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미국이 세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것은 마스크 끼기 등을 잘 안하는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코로나로 확진되고 불행하게 사망하는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어서 코로나 감염 후 견디질 못할 정도로 아파 병원을 찾은 이들일 것이다. 반면 건강한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앓고 지나가니 검사도 받지 않고 코로나 통계 밖에 그냥 머물게 될 확률이 높다.

의사 교수도 죽고 후유증도 심하다는데

중국에서 코로나 위험을 알린 의사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몇달전 들려왔다. 며칠 전에는 한 대학 교수가 코로나 완치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기사도 났다. 의사 교수들의 실제 사례이니 사람들은 그만큼 더 신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연 당사자들이 겪은 경험이 오직 코로나 때문인지, 다른 특이 체질 때문이거나 기저 질환과 관련이 있는지는 해당 기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5개월 넘게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교수의 기사가 나왔지만 일반화 하는데는 다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일단 환자가 교수라서 그의 경험이나 발언에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는 의학 관련 전문가가 아닌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라는 점도 잘 봐야 한다. 그의 경험은 사실에 기초했겠지만 그가 겪는 후유증이 모두 코로나 때문인지, 그의 특이 체질과 관련된 것은 없는지 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코로나 전염력은 높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은 병일 수도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사망한다. 특히 노약자들은 여러 병을 앓다가 면역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폐에 면역이 떨어져 감염이 생기기 시작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폐렴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제1의 질병은 아니다. 코로나 역시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보통 이들에게는 그저 감기 정도, 혹은 감기보다도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 스쳐 지나가는 병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전염력은 엄청 강하지만 치명적 병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철저한 개인 위생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을 부인하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공포와 일상생활, 경제까지 모두 지나치게 위축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코로나를 보는 시각에도 다소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