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사투' 의료진…가족들 "제발 방역수칙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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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도 편히 못 하는데…코로나 재확산 속 피로 누적에 폭염까지언니가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 담당 의사로 일하는 임모(26)씨는 요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혹여 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보건소 검사자가 크게 늘어 전보다 더 고생할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다.
언니는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이번 전공의 파업에도 동참하지 않는다.
임씨는 22일 "언니가 광복절 이후로는 주말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며 "이런 날씨에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는 것도 속상한데,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난동을 부린 확진자 소식을 들으니 언니가 비슷한 일을 당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선에서 수많은 확진자나 접촉자를 마주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가족들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 감염 사례도 하나둘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으로 137명이나 되는 의료진이 감염됐다.이 가운데 선별진료소나 확진자 진료 과정 등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감염된 이들이 최소 14명이다.
장마 뒤 찾아온 무더위에 방역복을 입은 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일부 교회 교인 등의 방역 방해행위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반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 온 의료진의 피로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족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친형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는 채모(28)씨는 "일반 직장인인 나는 그나마 사태가 심각해진 이달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형은 바이러스 접촉 우려가 높은 현장을 도저히 떠날 수 없으니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오정권(69)씨의 두 딸은 각각 다른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오씨는 "본인들이 의료인이니 알아서 조심하겠지 싶다가도 딸들이 있는 병원에 확진자가 이송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애가 탄다"고 말했다.
그는 "딸들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코로나 환자를 직접 마주하지는 않는 부서에 있다"며 "무증상 감염자도 꽤 있다는데, 요즘처럼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요양병원 의료진의 가족도 걱정이 크다.
요양병원에는 감염병 취약층인 고령자가 많이 입원한다.
직장인 홍모(28)씨의 어머니는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최근 어머니가 있는 병원 근처의 다른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비롯해 간병인과 가족 등이 잇따라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자 홍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머니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홍씨는 "어머니는 근무하는 도중 단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데, 폭염 속에서도 어르신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에어컨을 세게 틀 수 없다고 한다"며 "혹여 바이러스가 옮아올지 몰라 외출도 마음 편히 못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의료진 가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 일부가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등의 상황에 대해 성토하면서 모두가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입을 모았다.
홍씨는 "어머니도 기독교인이지만, 40년 넘게 빠짐없이 참석해온 예배를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만 드리고 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도 방역이 중요한 만큼 부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두를 배려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간호사 딸을 둔 오씨도 "감염 우려에 사랑하는 딸과 손주들의 얼굴을 못 본 지 몇 달이 넘었다"며 "사람이 우선 살아야 예배건 기도건 계속할 수 있지 않겠나.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진 특히 교인들을 비롯해 다 같이 통제에 잘 따르면 좋겠다"고 말했다.의사 언니를 둔 임씨 역시 "함께 사는 언니에게 피해가 될까 봐 외출을 자제하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언니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고생이 너무 큰데, 모두가 조금씩만 더 조심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언니는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이번 전공의 파업에도 동참하지 않는다.
임씨는 22일 "언니가 광복절 이후로는 주말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며 "이런 날씨에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땀 흘리는 것도 속상한데,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난동을 부린 확진자 소식을 들으니 언니가 비슷한 일을 당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선에서 수많은 확진자나 접촉자를 마주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가족들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 감염 사례도 하나둘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으로 137명이나 되는 의료진이 감염됐다.이 가운데 선별진료소나 확진자 진료 과정 등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감염된 이들이 최소 14명이다.
장마 뒤 찾아온 무더위에 방역복을 입은 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일부 교회 교인 등의 방역 방해행위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반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 온 의료진의 피로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족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친형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는 채모(28)씨는 "일반 직장인인 나는 그나마 사태가 심각해진 이달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형은 바이러스 접촉 우려가 높은 현장을 도저히 떠날 수 없으니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오정권(69)씨의 두 딸은 각각 다른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오씨는 "본인들이 의료인이니 알아서 조심하겠지 싶다가도 딸들이 있는 병원에 확진자가 이송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애가 탄다"고 말했다.
그는 "딸들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코로나 환자를 직접 마주하지는 않는 부서에 있다"며 "무증상 감염자도 꽤 있다는데, 요즘처럼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요양병원 의료진의 가족도 걱정이 크다.
요양병원에는 감염병 취약층인 고령자가 많이 입원한다.
직장인 홍모(28)씨의 어머니는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최근 어머니가 있는 병원 근처의 다른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비롯해 간병인과 가족 등이 잇따라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자 홍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머니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홍씨는 "어머니는 근무하는 도중 단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데, 폭염 속에서도 어르신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에어컨을 세게 틀 수 없다고 한다"며 "혹여 바이러스가 옮아올지 몰라 외출도 마음 편히 못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의료진 가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 일부가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등의 상황에 대해 성토하면서 모두가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입을 모았다.
홍씨는 "어머니도 기독교인이지만, 40년 넘게 빠짐없이 참석해온 예배를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만 드리고 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도 방역이 중요한 만큼 부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두를 배려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간호사 딸을 둔 오씨도 "감염 우려에 사랑하는 딸과 손주들의 얼굴을 못 본 지 몇 달이 넘었다"며 "사람이 우선 살아야 예배건 기도건 계속할 수 있지 않겠나.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진 특히 교인들을 비롯해 다 같이 통제에 잘 따르면 좋겠다"고 말했다.의사 언니를 둔 임씨 역시 "함께 사는 언니에게 피해가 될까 봐 외출을 자제하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언니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고생이 너무 큰데, 모두가 조금씩만 더 조심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