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야권 대선 후보 "루카셴코 조만간 퇴진해야"

루카셴코 군부대 방문 "서방 세력이 시위 부추겨"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복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권의 대선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티하놉스카야는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국민은 그를 새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루카셴코는 조만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지난 5월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인 유명 반체제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남편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는 약 10%의 지지를 받았으며, 득표율 80%로 루카셴코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에 대해 "그것은 나의 운명이고 임무였다"며 "나에게는 물러설 권리가 없다.

벨라루스 국민에게는 투표할 누군가가 필요하며 나는 그들을 배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후 안전을 이유로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빌뉴스에 체류 중이며, 전날 벨라루스 대법원에 대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만연했다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20만명 이상이 수도 민스크 시내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영웅도시' 오벨리스크 앞에 모여 대선 불복 시위를 벌였으며, 이는 1994년 루카셴코 대통령 집권 이후 최대 규모 시위였다.

불복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풀란드·리투아니아의 접경인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 서방 세력이 시위를 부추겼으며, 서부 국경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는 티하놉스카야를 언급하며 "저들은 이미 나를 대신할 대통령을 마련해 둔 것이 명백하다"며 "군사적 지원이 있을 것이 확실하다.

나토군이 국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벨라루스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엄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