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토론회·셀카 논평까지…코로나가 만든 '언택트' 여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의도 정치권까지 미치면서 국회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국회 곳곳에 참석 인원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은 물론 의원들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여는 대신 의원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 의원도 'NO 프리패스'
8월 임시국회 풍경은 삼엄해졌다.

국회안전상황실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경내 모든 출입자는 각 건물 출입구에 있는 스피드 게이트에서 전자출입증으로 인증하도록 했다.

'금배지'가 곧 신분증으로 통용돼온 국회의원들도 예외를 두지 않게 되면서, 시행 첫날인 지난 20일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게이트 주변에서 출입증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상임위들은 금주부터 출입 통제를 한 단계 강화한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속 상임위 위원들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당분간 보좌진은 전체회의에 상시 배석하지 못한다.

소회의장 등 외부에서 대기하다가 해당 의원의 질의 순서에만 잠시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소관 기관들 역시 국회 출입 인원은 10명 이내, 회의장 착석은 그중 3명 이내로 제한한다.

또 소위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공간 확보 차원에서 전체회의장에서 개최한다.

기자들의 회의 취재도 풀단(취재 공유 그룹)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국회 곳곳에 마련된 운동실 등 직원 휴게 시설도 문을 걸어 잠갔다.

다만 국회 의원회관 내 남녀 의원 건강관리실 중 사우나는 문을 닫고, 샤워실만 열어둔 상태다.

한 의원은 "코로나 때문에 샤워시설에도 의원들 발길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 국회 곳곳 재택근무 바람…구내식당 2부제
국회 사무처는 모든 국회 기관 및 부서에 공문을 발송하고 전 직원 대상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시차출퇴근제(3부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국회 구내식당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중식 2부제 도입 방침과 종교 행사를 포함한 모든 동호회 모임과 회식 금지령도 함께 내렸다.

의원실 사정은 제각각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은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유선 전화를 받고 대면 업무를 처리할 2인 이내의 최소 인원만 출근한다.

류 의원은 23일 "임기 시작 때부터 '공공기관용 온라인 협업 툴'을 써왔기 때문에 쉽게 전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토론회는 큰 회의실 대신 화상 카메라 앞으로
입법 활동을 위해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 같이 열던 토론회와 세미나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지난 21일 아동학대예방 토론회를 의원실에서 앉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고 의원은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어 토론회를 연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머리를 쥐어 짜내서 하게 됐다"며 "현장 분위기가 조금 덜 나긴 했지만 충분히 전문가들의 의견을 습득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통합당 전주혜 의원실에서 21일 개최한 '남성육아휴직 활성화 정책토론회'는 참석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전원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 '자가격리' 대변인의 셀카 논평도 등장
'셀카 논평'도 등장했다.

자가격리 중인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논평 영상을 통해 '재택근무' 근황을 전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출연 과정에서 확진자와의 간접 접촉이 확인돼 19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최 원내대변인은 보좌진과 영상 회의, 클라우드앱 자료 공유 등을 통해 결산과 정기국회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