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슬람교, 수도권 모든 성원 폐쇄·모임 금지 '강력 조치'

최근 전국적으로 재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 이슬람교 단체도 수도권의 모든 성원을 폐쇄하고 외부 모임을 금지하는 등 강력 조치에 나섰다.

23일 한국 이슬람교 총본산이자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 소재 종교 시설에 내린 집합 제한 명령에 발맞춰 서울중앙성원과 경기도·인천에 있는 모든 이슬람 성원이 무기한 폐쇄된다.이곳에서 치르는 주요 종교 활동인 금요 합동 예배와 의무 예배 등도 잠정 중단된다.
KMF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원 문을 닫은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신도들이 단체로 모이는 일도 금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이슬람교도로서 의무적으로 올려야 하는 예배를 가급적 자택에서 치르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 성원은 방역에 철저하게 신경 쓰면서 운영하기로 했다"며 "신도들에게도 마스크 착용과 널찍하게 띄어서 앉기 등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국내에 체류하는 무슬림들은 외부에서 하는 집단 예배까지 금지할 정도로 큰 결정을 내린 만큼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호소한다.

최근 일부 성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슬람 교인들이 참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무슬림 혐오로까지 번지는 움직임도 보였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한국에서 사는 파키스탄 출신의 이슬람교도 A 씨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4월만 해도 성원 문을 닫은 적은 있었지만 모임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며 "개별적으로 외부에서 모여 종교 행사를 치르는 것까지 제한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그는 "외국인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혼자나 이웃들 두세명만 불러 예배를 드릴 예정이니 너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31일 열린 무슬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당시만 해도 주요 이슬람 성원과 예배소 이용이 금지됐지만 호텔이나 행사장 등 외부 장소를 빌려서 모임을 갖는 행위까지 제한되지는 않았다.
서울의 한 외국인 법률 상담 사무소에서 일하는 이슬람교도 B(인천 부평구) 씨도 "금요 예배를 올리려 성원을 찾았는데 입구에 써 붙인 폐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며 "다른 종교도 모임을 자제하는 만큼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그는 "얼마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무슬림들이 성원에서 치른 종교 행사에 참석해서 큰 논란을 빚었다"며 "일부의 일탈이 종교 전체의 잘못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지만 이번 조치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중동아시아 출신 C씨는 "이슬람 성원에서 신도들이 다 같이 모여 기도를 올려야 예배의 의미가 있다"며 "그래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성원에 모여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예배를 올리는 게 이슬람교의 중요한 관례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한국 무슬림 단체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우리 정부의 방역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방증"이라며 "(일부 신도의 잘못으로 인해) 특정 종교에 지나친 편견이나 혐오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