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대하면 '정부 지지자' 비난"…'의대생 휴학' 설문 논란

"실명으로 투표해라"…동맹휴학 찬성 압박 의혹받는 의대협
일부 의과대학에서 국가고시 거부·동맹 휴업 등 집단행동에 찬성하도록 강제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 거부 및 집단 휴학을 의결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고신대학교 의대생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동맹 휴학 찬성 안 하면 '정부 지지자' 비난받아"


23일 제보에 따르면 한 의대 학생회에서는 집단휴학 참여 온라인 설문조사에 학번과 이름을 기입하게 강제했다. 이 설문조사는 동맹 휴학에 대한 1차 설문조사가 종료된 이후, 반대·미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설문조사였다. 제보자는 “의대협에서 설문조사에 학번, 성명을 빠트리지 않고 모두 기입해달라고 했다”며 “반대한 학생들은 '정부 지지자'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학번별로 응답비율과 찬성비율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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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의 모 대학 국시거부 참여 거부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해놓은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대협 측은 “협회 차원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공식적으로 회원들의 선택을 강요하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협회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지양해달라 부탁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의대협은 지난 18일 국가고시 거부 및 동맹휴학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사 국가고시 응시자(전체 의사 국가고시 응시자의 91.7%) 중 국시 거부에 찬성한 비율이 88.9%, 동맹휴학에 찬성한 비율도 75.1%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휴학계를 일괄 제출할 예정이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농인 모독 논란도

SNS 캡처
한편 의대협은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손 모양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정부가 의사, 간호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를 사용해 전파된 것이지만 의대협은 ‘덕분에 챌린지’를 뒤집어 차용했다. 의대협은 손모양을 뒤집은 ‘덕분이라며 챌린지’ 포스터를 배포하며 회원들에게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시할 것을 권해왔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21일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쓰인 손 모양은 수어 사전에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며 “의사들의 이익에 농인의 수어를 악용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의대협은 “이 챌린지는 코로나19 방역이 의료진 덕분이라고 정부가 정작 의료정책에 의사들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실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인의 고유 언어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을 차용했다”며 "농인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