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력 바닥…'2차 지원금' 일단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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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포퓰리즘' 논란 일자 후퇴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또다시 정치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미래통합당까지 2차 코로나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일단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며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긴급상황이 수습되면 언제든 다시 지원금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협의회 열어 "방역 집중하고 추후 판단" 결론
통합당도 가세한 정치권선 언제든 현금 살포 논의 가능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1차) 확산 때보다 상황이 위급하다”며 “코로나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부 비공개 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로 월급이 줄지 않거나 해고를 당하지 않은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 등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실상 선별 지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코로나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대상, 시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23일 국회에서 “국채 발행을 통해 15조원 규모로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당·정·청은 그러나 “지금은 2차 지원금보다 방역에 중점을 둬야 할 때”라며 당분간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는 코로나19가 이번주 최대 고비인 만큼 우선 방역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 피해 대책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상황을 종합 점검해 추후 판단하기로 결론 냈다”며 “경제 피해 대책에는 코로나지원금과 고용, 실업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고 말했다.
3차 추경까지 재정적자 111兆…‘현금 살포’ 꺼냈다 일시 후퇴한 與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한 번 지급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대표 경선을 앞둔 여당과 지지층 확장에 주력하는 야당 모두 ‘표심 잡기’를 위해 2차 재난지원금 이슈를 선점하려는 모습이다.당·정·청이 이날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2차 지원금 논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지만 재논의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내년 서울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재정여력이 문제다.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4차 추경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이미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한 데다 역대 최악으로 치솟은 재정 적자와 나랏빚을 생각하면 ‘나랏돈 뿌리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가리지 않고 “나랏돈 더 풀자”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슈가 된 건 지난 14일이다. 이날 10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다시 하루 환자 100명을 넘어섰다. 이로부터 채 열흘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 모두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논의가 진행되는 속도는 1차 재난지원금 때보다 훨씬 빠르다. 당시엔 김경수 경남지사가 처음 화두를 던진 뒤 2주 정도 지나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엔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불을 댕기자마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논의에 가세하고 있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앞으로 두 달 정도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며 정책위원회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 실무 검토를 지시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시급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연일 2차 재난지원금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코로나19 사태를 생각해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경을 빨리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3일에도 ‘코로나19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재난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정 여력 바닥났는데
하지만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이어서 수조원이 넘는 재정 지출을 얘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커지면 2차 재난지원금을 고려해봐야겠지만 아직 경기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방역 대책 강화로 확산세가 수그러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로선 역대 최악으로 나빠진 재정 상황도 고민거리다. 올해 재정 적자는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며 111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사상 최대다. 국가 채무 역시 110조6000억원 불어 4차 추경이 없더라도 채무 규모가 839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38.1%에서 올해 43.5%로 치솟는다. 그간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넘어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4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지원금이 10조원 수준으로 정해지면 그만큼 적자국채를 찍어야 하고 국가채무비율은 약 44%로 더 오른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방역 대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도원/서민준/좌동욱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