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공무원 임금삭감' 핵심은 고통분담 해나가자는 것" [인터뷰]
입력
수정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위해 공무원 솔선수범 강조한 조정훈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사진)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 확충대책으로 공무원 임금 20% 삭감을 제안한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부터 실천…사회공동체 전반으로의 고통 분담 확대가 핵심"
"신속대응·조세저항 최소화 위해 재난지원금 모두에 지급해야"
조정훈 의원은 이와 관련해 24일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공무원 임금 삭감 발언의 핵심은 사회공동체 전반으로의 고통 분담 확대"라고 강조했다.공무원 사회에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과 관련해선 "적지 않은 월급에 많은 혜택을 받는 제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회의원의 횡포가 아니냐는 주장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제가 말씀드린 개인적 차원의 고통 분담도 실행하겠다"고 답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된 논쟁에 대해선 "신속한 대응과 조세저항 최소화를 위해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불이 난 집이 다 타버리면 재정이 많아도 아무 소용없다. 재정이란 필요할 땐 많이 쓰고, 상황이 나아지면 메꾸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정훈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에서 2차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공무원 임금삭감을 주장한 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발언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다들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코로나19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이 더 큰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그 민낯은 바로 각자도생이다. 금 모으기로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한민국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밖에 믿을 사람 없는 세상이 됐다. 청년 조정훈은 IMF 위기에 함께 금을 모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줬는데, 2020년을 사는 청년들은 결국 믿을 사람을 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후 두 차례 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사회공동체를 위한 공공부문의 양보를 강조했다. 공공부문에서의 상위 소득, 하위 소득 분담 차등과 부유층 인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고소득자들에게 세수를 확보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재웅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환영의 메시지를 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가.
오늘날 각 개인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일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임대료는 밀려가고 매출은 바닥이어서 매일같이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으로 떨고 있다. 비록 정신없이 바쁘지만 매달 예정된 월급을 예외 없이 받는 분들이 느끼는 불안감과는 같을 수는 없다.제가 지난주 금요일 공공부문부터 임금을 삭감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한 것은 공공부문, 특히 정치권과 고위직으로부터 양보와 희생을 시작해야 국민 여러분들에게 양보와 희생을 요구할 자격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최일선에서 일하는 많은 공무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불이 났는데 적정한 물의 양을 계산하는 소방관은 없다.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쏟아붓는 게 당연한 일이다. 불이 났을 때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때 제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70% 지급이냐, 100% 지급이냐 논쟁하느라고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었다. 이런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예산을 마련해서 재난지원금을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얼어붙고 있는 경제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을 다시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재원 마련 앞에서 또다시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 따라서 저는 정치권과 공공부문에서 시작하여 사회공동체 전반으로 고통 분담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공동체가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이재웅 전 대표는 제 주장에 덧붙여 고소득 기업가들이 나서야 할 시간이라고 제안했다. 참 고마웠다. 이재웅 전 대표에 이어서 다른 기업인들이 고통 분담의 목소리를 높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각자도생의 길에서 벗어나 이제 다시 우리를 연결해야 한다. 조금씩 더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부 언론에선 '논란'이라 보도했다. 실제로 지탄을 받았는지.
첫째, 2차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 재난경제정책의 최우선 원칙은 속도감과 과감성입니다. 또한 커지고 있는 조세저항을 감안해서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 둘째, 그 재원은 국가재정과 함께 공동체 모두 양보와 희생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정치권과 공공부문은 고위직을 중심으로 일정한 급여를 지금부터 연말까지 양보해야 한다. 하급공무원분들도 적게나마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넷째, 민간에서 고소득 법인·사업자·근로자들도 올해 한시적으로라도 소득에 대한 세금을 더 내길 제안한다.
제 제안이 공공부문을 넘어 사회적 체로 확대돼 모두가 고통 분담해 이 위기를 헤쳐나가길 기대한다. 이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다시 사람 냄새 맡으면 사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그리고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 동료가 내 이웃이 내 국가가 나를 지켜주었다"라는 경험들로 대한민국이 다시 하나의 건강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
적지 않은 월급에 많은 혜택을 받는 제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회의원의 횡포가 아니냐는 주장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비록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정치권의 한 사람으로 그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을 안다. 앞으로 정치가 더 국민께 효용감 높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불어 제가 말씀드린 개인적 차원의 고통 분담도 실행하겠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조정훈 의원이 공공부문의 책임과 함께 제안한 본 예산과 추경 예비비 잔액 투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또한 제 제안을 시작으로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양보와 희생의 구체적인 제안들을 해주고 계셔서 참 감사하다. 특히 이재웅 전 대표, 채이배 전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제시한 제안들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재원 마련이다. 비록 현재 재정 건전성이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어서 이 방법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고통 분담의 제안을 한 것은 재정 건전성을 위한 제안이라기보다는 재난 상황을 맞아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며 각자도생의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만약 3, 4차 위기가 몰려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엄격하게 말하면 부채는 후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따라서 지금-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한 후에 모자란 부분을 국채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다.이런 맥락에서 저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20% 임금삭감을 제안드렸다.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의 임금을 똑같이 20% 삭감하자는 것이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이 더 많은 삭감을 통해 예산 전체의 20%를 삭감하자는 취지로 말씀드렸다. 공무원 임금삭감을 시작으로 고통 분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러면 2조 6000억원 정도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더불어 20년 본예산 추경 예비비 중에 남은 잔액이 2조원 정도가 됩니다. 합하면 4조 6000억원 정도가 된다. 나머지 금액은 지금 2차, 3차 추경 중에 집행되지 않은 금액들이 많이 남아있다. 35조원이나 되는 금액 지난달 6일 3차 추경 때 통과시켰다. 사실 35조원이나 되는 돈을 7개월 동안 집행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필요 없는 곳에 돈을 쓰게 된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빨리 항목 조정을 해서 2차 재난지원금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70% 지급 논란으로 지급 시기가 늦어진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1차처럼 100% 모두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보는가.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옳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그래야만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다. 재난경제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과감성이다. 한가하게 정책의 정교성을 논의할 여유가 없다. 시간을 지체하면 하는 만큼 민생은 악화된다. 둘째는 증가하고 있는 조세저항에 대한 대응이다. 아무리 고소득자여서 재난지원금이 필요 없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나는 내기만 하고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는 심리는 불편할 수밖에 없고, 반발심이 생길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재난지원금에 과세하여 소득세를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이를 추진하면, 고소득자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일부는 세금으로 환수된다. 이렇게 되면 재난 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구체적으로 개인당 30만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정훈 의원이 제안한 안을 토대로라면 1인당 얼마씩 돌아가게 되는가.
구체적인 금액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30만원을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다. 그 이하는 내수진작 등 경제회복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데, 확장적 재정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불이 난 집이 다 타버리면 재정이 많아도 아무 소용없다. 재정이란 필요할 땐 많이 쓰고, 상황이 나아지면 메꾸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정에 대한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다. 우려하는 것은 좋은데 그럴수록 시간이 계속해서 지체된다.▶ 일부 진보 학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이 안정적이라면서 3~4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는가.
2차 재난지원금도 그 효과를 매우 정교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지급방식별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서 향후 재난 발생 시 지체없이 집행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3, 4차 재난지원금의 집행도 고려해야 한다. 불이 났다면, 당연히 물을 부어 꺼야 한다. 또 한 가지는 향후 재정지출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서 재원 확보를 위한 큰 그림도 반드시 필요한다. 특히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간의 혁신을 극대화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복될수록 향후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재난지원금이 우리 국민의 생활에 쿠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