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發 코로나19 확산, 7월 말부터 시작됐다" [인터뷰]

전광훈 교회 잠입 취재해온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
"사랑제일교회 명도집행 처하자 교인들 교회서 숙식 이어와"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고 교회에서 1000여명이 생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광훈 목사(사진)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가운데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는 꼼수다'로 알려진 김용민 이사장이 이끄는 평화나무는 출범 직후부터 사랑제일교회에 잠입 취재 등을 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각종 비판을 받고 있다.신기정 평화나무 사무총장은 24일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금의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된 실질적인 시발점은 7월 말 집회부터였다"고 주장했다.

신기정 사무총장은 △전광훈 목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집회 장소를 사전 공지한 점 △전광훈 목사가 총재를 맡았던 단체에서 집회 허가가 나온 것과 관련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집회 무대의 현수막이 전광훈 목사가 자주 사용하던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달 15일 광복절 집회의 실질적 주최자가 전광훈 목사 측이라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를 이끌고 있는 김용민 이사장이 지난 6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전광훈 목사 구속 취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측엔 신기정 사무총장 /사진=평화나무 제공

다음은 신기정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사랑제일교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영상과 코로나 검사 불응, 도주 등이 대표적이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코로나19와 방역 당국을 대하는 심리는 어떤 것인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를 자신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방역 당국을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공격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합리적 이유나 이성적 판단 없이 무조건적 적대심을 갖고 방역 당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
▶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동이 재개발 구역인 가운데 교인들이 교회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숙식을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랑제일교회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진 것인가.
사랑제일교회는 장위 재개발 10구역에 속해 있다. 2017년에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해당 지역 주민의 99%가 이주를 완료한 상태로 곧 본격적인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으로 책정한 82억보다 약 7배가 많은 563억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563억원을 받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수차례 공언하고, 재개발조합 측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명도집행이 가능한 상황이 되자 교인들과 지지자들을 방패막이 삼아왔다는 의혹이 일어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지 56일만인 지난 4월20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에 5월부터 매달 대규모 실내집회를 지방을 순회하며 개최하려고 했고 5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경북 상주에서 5000명 가까이 참가한 '전광훈 목사의 말씀 학교'를 열었다. 이어서 6월과 7월에도 다른 지역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6월부터 돌연 행사 장소가 사랑제일교회로 바뀌었다. 아마도 사랑제일교회를 비우고 지방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사이에 들이닥칠 수도 있는 명도집행을 의식한 듯한 결정으로 보였다. 지난해에도 10월부터 청와대 앞 노숙집회를 이어가면서 텐트 치고 숙식을 해결하며 매일 같이 예배와 집회를 진행했던 터라 교인들과 지지자들이 사랑제일교회에 모여 장기간 숙식을 하거나 출퇴근 식으로 오가며 각종 예배와 집회에 참가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명도집행을 하기 위해 조합 측 용역이 접근해 왔을 때 교인들은 격렬히 저항했고, 전광훈 목사는 명도집행 기미가 보일 때에는 유튜브 방송 메시지를 통해 지지자들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563억원을 위해 교인들과 지지자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평화나무에서 여러 차례 사랑제일교회 잠입 취재를 했다고도 들었다. 방역 상황은 어떠했는가.
평화나무는 전광훈 목사가 5월18일~20일 2박 3일간 경북 상주 열방센터에서 개최한 전광훈 목사의 청교도 말씀 학교 집회 때부터 집중적인 현장 취재에 들어갔다. 당시 평화나무 활동가도 2박 3일 전체 일정을 함께 했는데, 입장 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지침은 준수했지만 행사장 안에서 지속적인 방역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수천 명이 함께 숙식을 해결해야 했기에, 식사시간에는 충분한 거리를 두지 못하고 밀착해서 식사하기도 하고 취침 시에도 1인용 매트릭스 등을 더덕더덕 붙여서 밀집해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나 6월부터는 적게는 1000여 명 많게는 2000여 명 이상이 모이는 굵직한 대형 집회를 사랑제일교회에서 진행하면서 방역에 치명적인 허점이 노출된 것 같다. 7월27일~29일까지 진행된 '성령 대폭발 컨퍼런스' 행사에 참가한 평화나무 활동가는 교인들과 참가자들이 보인 방역에 무감각한 모습에 상당한 우려감이 들었다고 한다. 사랑제일교회 건물이 굉장히 큰 규모는 아닌데 그러한 교회 공간에 1000여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장기간 같이 머물며 집회하고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행사 중간에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치는 사람들이 현장 영상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참가자 간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격렬하게 찬송 부르고, 매 식사시간에는 교회에서 제공한 음식을 배식받아 몇 사람씩 모여서 식사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심지어 가족 단위로 함께 온 경우도 있었는데 어린이들에 대한 방역 안전 조치 없이 어린이들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교회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아가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지침을 따르려는 의지가 상당히 부족해 보이던 사랑제일교회와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속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이는 상황이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7월27일~29일 집회에 3일간 출퇴근 형식으로 참가했던 한 참가자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화나무는 작금의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된 실질적인 시발점은 7월 말 집회부터였다고 판단한다. 당시 참가했던 평화나무 활동가도 8월2일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각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발적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다행히 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와 전광훈 목사가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가.
전광훈 목사 자신은 지난 8·15 광화문 집회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은 집회의 실질적 개최자가 전광훈 목사라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첫째,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에는 지난 15일 당일 오전에 집회 장소 안내 영상이 게시됐는데 해당 영상에는 집회 장소를 '동화면세점 앞'이라고 명시하고 그쪽으로 모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둘째, 전광훈 목사가 총재를 맡았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지난 15일 오전 9시3분에 발송한 집회 안내 문자메시지가 있는데 거기에 연결된 링크를 열어보면 '8·15 집회 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동화면세점 앞 집회가 법원에 의해 허가가 됐다고 기뻐하며 집회에 참가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셋째, 당일 집회 무대를 유심히 살펴보면 무대에 쓰인 배경 현수막이 전광훈 집회에서 자주 쓰이던 현수막이었다. 현수막 디자인은 물론 전광훈 목사가 전매특허처럼 사용하는 독일 신학자 본회퍼의 '미친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집회를 준비하면서 사전에 전광훈 측이 준비한 현수막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현수막 디자인과 문구는 전광훈 목사 측이 8·15 집회를 준비하면서 집행한 신문광고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교회 측 변호인단 강연재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역 대응을 위해선 집회의 핵심인 전광훈 목사를 상대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전광훈 목사는 현재까지도 자신들이 어떤 세력에 의해 코로나19 테러를 당했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면 무조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등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교인들과 지지자들이 코로나19 검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치료 중 병원을 탈출하고,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잠적하는 일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즉각 거짓선동을 멈추고 이제라도 전 국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던 지지자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교인과 지지자들을 향해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방역 당국에 적극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호소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선행한 후에 전광훈 목사는 자신과 사랑제일교회가 저지른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성실히 수사받고 응당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전광훈 목사 변호인단에 미래통합당 소속 강연재 변호사가 참여했다. 여전히 통합당과 전광훈 목사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특히 지난 황교안 전 대표 시절부터 광범위한 연대와 협력의 모양새를 보여왔다. 지난 4·15총선 전에 전광훈 목사가 황교안 전 대표와 결별했다고 해서 칼로 무 자르듯이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되는 건 아니다. 더욱이 전광훈 목사가 황교안 전 대표와 통합당을 비난하고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할 때에도 여전히 지역 후보 단일화론 등을 호소하며 우파 연합을 끝까지 주장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대표에 취임 후 한기총 사무실을 방문해 전광훈과 만나며 모종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고, 청와대 앞 단식을 시작할 때에도 전광훈 목사의 청와대 앞 집회현장을 찾아가 전광훈과 함께 연단에 올라 두 손을 번쩍 들어 굳건한 연대 의지를 과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전광훈 목사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황교안 대표를 찾아가 격려하며 화답했다. 현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작년 10월 광화문 집회부터 노골적으로 전광훈 목사와 광장에서 함께 했다. 지속적으로 반복된 전광훈과 황교안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진한 연대의 그림을 지켜본 전광훈 목사 지지자와 통합당 지지자들은 그 자체로 하나가 되는 흐름을 만들어 갔다. 그 당시의 분위기가 현재까지도 이어져 이번 8·15 광화문 집회에도 통합당 전현직 의원이 개별적이든 뭐든 집회에 참여했고, 지역 단위에서도 통합당 관계자들이 적지 않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와 선 긋기를 하고 싶겠지만 그게 쉽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18일 늦게나마 당 대변인을 통해 전광훈 목사를 격하게 비난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아직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교계를 중심으로 전 목사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보수 개신교계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전광훈 목사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한다는 여러 정황과 소문이 있다. 이는 종교적 신앙적 측면보다는 보수 개신교계의 시국관 즉 정치성향과 관련된 문제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전광훈 목사의 모습에서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껴서였을까? 자신들은 앞에 나서서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거나 하지 못하는데 앞뒤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전광훈 목사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던 의도도 다분히 보인다.신앙적 관점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적당히 용인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전광훈의 행보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보수적 성향의 목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신교계에서 전광훈 목사를 엄하게 비판하고 꾸짖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고 본다. 반면에 KNCC를 비롯한 진보적 성향의 단체와 목사들은 전광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전체 개신교계에서 본다면 소수파의 작은 목소리로 머물고 만 것이 아닌가 싶다.
▶향후 코로나19 확산 국면과 전광훈 목사의 행보는 어떻게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전광훈 목사는 이미 갈 길을 정해놓은 것 같다. 그간의 행보나 현재의 모습을 보았을 때, 폭주하는 기관차같이 정부와 방역 당국에 계속적으로 극단적인 대립각을 세우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광훈 목사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면 그 순간 전광훈 목사의 지지자들은 그를 떠날 것이다. 안타깝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그의 폭주를 멈추게 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목사의 성명서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