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세안 회원국에 '남중국해 행동규칙' 협상 제의"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 발언 대응
중국 당국자 "남중국해 문제 일부 진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한 빨리 논의"

미국과 중국이 국제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달 초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당사자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10개 회원국 외교관들과 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행동규칙(COC) 제정 협상 재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입장 선언이 있고 나서 중국은 분쟁 수역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한 회의를 위해 아세안 10개국의 외교관들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8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교관들과의 회의에서 중국의 영토 문제를 담당하는 당국자가 '비(非)역내 국가들'의 군사적 활동으로 야기되는 '높은 위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표시했다.

'비역내 국가'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거론할 때 주로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자의 발언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13일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베이징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괴롭힘 활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방해받지 않는 상업 흐름을 유지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이런 입장을 많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자는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일부 진전을 보여주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남중국해 행동규칙 제정을 위한 협상을 재개해야 하며, 중국은 협상 과정에 당사국이 아닌 나라들이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중국과 아세안 외교관들 사이의 회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당국자는 중국이 누구에게 진전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만, 그 대상이 미국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세안 외교관들은 이번 회의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불법적인 영유권 주장에 대항해 단호한 접근을 하겠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한 중국 측의 대응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즉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남중국해 행동규칙 제정을 위한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힘으로써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 편을 들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 행동규칙을 함께 만들어 미국이 항행의 자유 등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행동규칙 제정 문제는 20여년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주변을 따라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구단선 내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군사 기지화하고 있다. 9개의 선을 이으면 영어의 알파벳 U자 형태를 띠고 있어 'U형선'이라고도 불리며, 소가 혀를 늘어뜨리는 형상이라 하여 '우설선(牛舌線)'이라고도 칭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