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단백질을 항암제 운송 돕는 전달체로 역이용

KAIST, 나노물질 'TNT' 개발…"약물 잘 붙는 특성 이용해 역발상 연구"
국내 연구진이 항암제가 공격해야 할 표적 단백질을 항암제 운송 전달체로 역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진주·이진철 박사과정 학생, 전상용·최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항암제의 표적 단백질 '미세소관'을 이용한 암 치료용 단백질 전달체 '튜불린 나노 튜브'(TNT)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미세소관은 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긴 튜브 모양의 섬유 단백질이다.

미세소관의 '튜불린 단백질'에는 항암 약물과 강하게 결합하는 고유의 결합 자리가 존재한다. 미세소관을 표적 물질로 하는 항암 약물들은 암세포의 미세소관에 결합해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 사멸을 유도한다.

연구팀은 미세소관의 튜불린 단백질이 항암제와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을 역이용해 항암제 전달체인 TNT를 개발했다.
튜불린 단백질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고분자 화합물 'PEG-PLL'을 섞어 TNT 구조를 만든 뒤 '도세탁셀', '라우리말라이드', '모노메틸아우리스타틴 E' 등 유방암·두경부암·위암 치료에 활용되는 항암제를 주입한 결과 TNT에 자발적으로 탑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포·동물 실험에서 항암제가 실린 TNT가 암세포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TNT는 탑재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구조가 변하며, 약물 전달체로서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달라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명철 교수는 "말하자면 항암제의 운송을 돕는 전달체로 튜불린을 써서 튜불린을 공격하게 한 것"이라며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20일 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