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하려다…"살균·소독제 잘못 썼다간 폐질환 유발"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교수 연구 결과 발표
"공기 중 뿌리지 말되 사용 후 환기해야"
"손 소독제 사용 후, 입·코·눈 접촉 금지"
사람 기관지 상피 세포에서 발견된 라멜라 구조. [사진=경희대학교 제공]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비용 소독제와 살균제를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학계 경고가 나왔다.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교수는 최근 SCI급 저널(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에 '라멜라 구조의 형성이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으로 인한 독성 반응 개시인자일 것'이라는 골자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고 24일 밝혔다.DDAC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확산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미국 환경청에 등록된 4급 암모늄 계열 살균·소독제다. 목재나 건축용품, 물탱크와 같은 산업용 물품과 가습기, 세탁기 같은 주거용 제품의 방부제, 소독제, 항생제로 많이 사용된다.

DDAC는 2006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박은정 교수는 2016년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물질을 연구해왔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기관지 상피 세포(BEAS-2B)와 실험용 쥐를 사용해 폐 질환 유도 가능성과 그 독성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DDAC는 4μg/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함께 세포 자살과 세포막 손상을 유도했다.구체적으로 기관지를 통해 500μg의 DDAC를 1회 직접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정상적으로 생존했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현저히 관찰됐고 결국 사망했다.

아울러 DDAC에 노출된 세포와 쥐에서는 라멜라 구조체가 형성됐고 이온을 함유하는 용액 내에서 그 구조가 뚜렷이 변화됐다. 라멜라 구조는 지질 이중층으로 만들어진 막이 겹겹이 쌓인 구조를 말하며 이 구조는 소량의 물을 포함하면 가장 안정된 구조를 나타낸다.

박은정 교수는 "결국 라멜라 구조체의 형성은 DDAC의 체내 축적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DDAC가 호흡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질환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탈이온수에 분산된 DDAC의 전자 현미경 사진. [자료=경희대학교 제공]
박은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가습기 살균제 연구의 연속선상에서 기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살균·소독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점에 결과가 나왔다.

그는 제품 출시 속도가 너무 빨라 제품의 판매 승인 과정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노출 시나리오에 맞는 안전성 평가가 이뤄졌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차단과 치료제, 백신 개발이 우선인 상황이고, 코로나19의 전파 속도를 고려할 때 살균 소독제의 위험성을 제시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라며 "매우 조심스럽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박은정 교수는 각종 소독·살균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살균·소독제는 공기 중에 뿌리지 말 것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며 반드시 환기되는 상태에서 사용할 것 ▲자주 물로 손과 입, 코 주변을 닦고, 물로 닦을 수 없는 시기에는 손 소독제를 사용할 것 ▲ 입이나 코, 눈 등을 만지지 말 것 ▲살균·소독제를 혼합해서 사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