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주행에도 흔들림 없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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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 기자의 시승기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로버의 고급차 브랜드인 레인지로버는 ‘4형제’로 꾸려졌다. 맏형뻘인 레인지로버(보그)와 둘째 레인지로버 스포츠, 셋째 레인지로버 벨라, 그리고 막내인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 첫 적용
후방 카메라 촬영장면 보여줘
다이내믹·에코·컴포트 등
7개 주행 모드도 선택 가능
최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는 가장 낮은 트림(세부모델) 가격도 1억7000만원을 웃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차다. 반면 이보크는 트림별로 6730만원(개별소비세 인하 가격 기준)부터 8140만원까지다.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좀 더 현실적인 차인 셈이다.
2011년 첫선을 보인 1세대에 이어 8년 만인 지난해 출시된 2세대 모델인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직각미가 강조된 1세대와 달리 둥글둥글한 면이 두드러진다. 2017년 선보인 셋째형인 레인지로버 벨라와 닮았다.
리모컨 키로 잠금을 푸니 숨겨져 있던 자동 전개식 도어가 튀어나왔다. 실내는 레인지로버 보그 등 최상위 모델과 비슷하다. 그만큼 고급스럽다. 10인치 듀얼 스크린으로 분리된 2개의 모니터는 위쪽은 내비게이션, 아래쪽은 에어컨과 공조장치 등으로 구성됐다.열 가지 조명 색상과 밝기 조절을 통해 차량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테리어 라이트는 앞뒤 도어 라이팅, 앞뒤 도어 수납 공간 라이팅, 센터 콘솔 및 수납 공간 라이팅, 앞좌석 발 밑 공간 등에 적용돼 있다.
이보크에 최초로 적용됐다는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 기능은 신선했다. 룸미러가 거울이 아니라 후방 카메라가 촬영한 모습을 보여준다. 후방 주차 등에는 유용할 듯싶다. 단 거울과 달리 원근감을 느끼기 어려워 주행 중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도 있어 눈으로 볼 수 없는 차체 앞 아래쪽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초보 운전자라면 유용한 기능이다.
SK텔레콤과 협업을 통해 ‘T맵 누구’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운전자가 주행 중 터치 과정 없이 목소리만으로 편리하게 ‘재규어 랜드로버 T 맵’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주행 성능은 레인지로버 혈통답게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시승한 모델은 P250 SE(7247만원 개소세 인하분 반영)로 1997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없어 주행감이 부드럽다. 시속 13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 흔들림이나 풍절음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m으로 힘이 부족하지 않다. 시속 150㎞ 이상 속도에서도 쭉쭉 나간다. 스티어링휠(핸들)도 묵직해 코너링이나 고속주행 때도 안전감을 준다. 차체 높이가 세단보다 높은 SUV임에도 바닥에 딱 붙어 있는 주행감을 제공한다. SUV 명가 레인지로버의 혈통 그대로다. 다이내믹과 에코, 컴포트 등 7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운전의 재미를 준다. 차선유지 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안전사양은 모두 기본으로 적용됐다. 12개의 주차 센서로 시속 30㎞ 이하에서 작동하는 서라운드 카메라와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위한 공기 청정 센서, 이오나이저 등도 갖췄다.
대신 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이전 1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간 거리)가 21㎜ 늘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국산 준중형 SUV와 비슷한 차체지만 성인이 2열에 앉으면 빠듯하다. 적재 공간은 넉넉하다. 기본 591L인데, 폴딩 리어 시트를 사용하면 최대 1383L까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연비는 살짝 떨어진다. 대신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감안하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복합연비는 8.9㎞/L지만 시내 주행에선 6~7㎞/L 수준에 그친다. 연비에 민감하다면 복합연비가 11.9~12.5㎞/L인 디젤모델(D150 S·D180 SE·D180 R-다이내믹 SE)을 추천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