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前에도 전기차 달렸다?

오토 확대경
다뉴브강 강가에 자리한 헝가리 북부 도시 기요르에는 1827년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개발한 헝가리 과학자 아니오스 이스트반 예드릭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고정자(stator)와 회전자(rotor), 그리고 정류자(commutator)로 구성된 전기모터를 만들어 1828년 소형차에 처음 사용했다. 1832년과 1839년 사이에는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이 비충전식 전지를 활용한 최초의 전기 수레를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1834년 미국 버몬트에 살던 토머스 다벤포트는 직류 전기모터를 개발해 수레에 사용했다. 이듬해인 1835년 네덜란드 그로닌대의 스트레이팅 교수도 기초적인 전지를 사용해 소형차를 만들었다. 물론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리는 배터리를 사용한 탓에 상용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전기차의 현실성을 높인 충전식 배터리는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란테가 1859년 납축전지를 개발한 이후 본격화됐다. ‘최초의 충전식 배터리’였던 만큼 다양한 분야로 쓰임새를 넓혀갔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 전기공학자 구스타프 피에르가 1881년 11월 파리국제전기박람회에 충전식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엄밀한 의미에서 ‘최초의 충전식 배터리 전기차’는 프랑스에서 등장한 셈이다.유럽의 에디슨으로 불렸던 영국의 전기공학자 토머스 파커는 울버햄튼에 있던 자신의 작업실에서 직접 납축전지 성능을 개선해 주행 가능한 전기차(사진)를 만들어 도로에 올렸다. 비록 역사적 기록은 1895년에 촬영된 사진 한 장이 전부지만 일반 주행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최초의 배터리 전기차’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인물은 1888년 독일의 기업가 안드레아스 플록켄이다. ‘플록켄 전기차’로 불렸던 그의 전기차는 최초 상업용 전기차로 알려져 있다.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동력원으로 전력을 사용하면서 무려 3만 대를 생산했다.

1897년에는 최초의 전기택시가 런던과 뉴욕에 등장했다. 내연기관차의 짧은 에너지 충전 시간, 저렴한 석유 가격으로 전기는 동력 경쟁에서 점차 밀려났지만 성능은 확고하게 인식됐다. 속도에 도전도 이어졌다. 1899년 4월 29일 최고 시속 100㎞를 넘은 차가 나왔다. ‘만족은 없다’는 의미의 벨기에 전기차 ‘라 자메 콩탕트’다.120년이 흐른 지금, 전기가 다시 내연기관에 도전하고 있다. 1859년 가스통의 납축전지 이후 무려 161년이 흐른 시점에 이동수단의 동력원으로 전기가 떠올랐다. 100년 넘게 세상을 지배했던 석유에너지 기업조차 전기차로 시선을 돌리는 모양새다. 기름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모터스에 투자했고, 세계 2위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아마존의 물류전용 전기차 제조사에 일찌감치 투자해 에너지 다변화에 나섰다.

전력 생산 방식이 다변화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이동 부문의 에너지 전환 또한 급격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기후변화’의 명분으로 전기의 재조명은 이미 시작됐다. 어떻게든 내연기관을 대체하려는 정책이 국가별로 쏟아지고 한국은 가장 속도가 빠른 나라로 여겨지니 말이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