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폐지 줍는 노인에게 보조금을 준다면…[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폐지를 줍는 노인에게 보조금을 주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을 발의했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6만6000여명(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이 생계유지 수단으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노인의 0.9%, 일하는 노인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김 의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유가 하락 등으로 수거·선별·재활용업계의 수익성 감소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 수입규제로 인한 폐지 단가 하락으로 폐지를 수거하는 빈곤 노인계층의 소득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재활용가능자원의 가격이 환경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금액 이하일 경우 그 차액의 범위에 해당하는 금전적 지원을 가능하도록 한 게 핵심입니다. 지원 대상은 연령과 재산 규모를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폐지 등 재활용가능자원의 가격을 매달 발표합니다. 김 의원 말대로 폐지 가격은 점점 하락 추세입니다. 지난달 ㎏당 폐지 가격은 75원으로 지난해 7월(82원)과 비교하면 8.5%나 내렸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창립총회에서 보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폐지 가격의 하락으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해법으로 보조금을 주자는 발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소득을 보전해준다면 분명 폐지 수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폐지를 줍는 건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 수 있다"며 "기존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격한 경쟁에 휘말려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의도가 선할지언정 결과는 악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결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빈곤 노인을 위한다며 뿌듯해했을 의원들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서글펐기 때문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삶이 더 고단해질 수 있다는 상상이나 짐작은 의원들은 하지 못한 것일까요?

이 법안에는 김 의원과 강민정·김민철·서삼석·어기구·오영환·이동주·이수진·장경태·전혜숙·천준호·최혜영·황운하 의원 등 13명의 민주당 및 열린민주당 의원이 공동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