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하게 한국서 공연되던 '오페라의 유령'마저 조기 종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객석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무대에 오르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조기 종연된다.

공연 주관사 클립서비스는 ‘오페라의 유령’ 대구 공연을 다음달 6일까지 무대에 올린다고 25일 발표했다. 폐막일인 다음달 27일에서 3주 앞당겨 종연하는 것이다. 클립서비스는 25일 “코로나19 재확산과 대구시의 ‘객석 거리두기’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찍 폐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인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해 12월~올해 2월 부산에서, 3~8월 서울에서 열렸다. 이어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지난 18일 막을 올렸다.

‘오페라의 유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전 세계 공연장이 대부분 문을 닫은 탓에 한국에서만 열리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원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한국 공연의 방역 조치를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연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민간 공연에 대해서도 국공립 공연과 마찬가지로 한 자리씩 띄어앉기를 의무화함으로써 중단하게 됐다. 대부분의 대형 뮤지컬 공연은 객석의 75% 이상을 채워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이번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클립서비스는 이달 25일~다음달 27일 예매 건을 일괄 취소했다. 이중 28일~내달 6일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해 티켓을 다시 판매한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의 믿음과 협조 덕분이었다”며 “약속한 무대를 끝까지 올리지 못하게 된 것에 사과 드리며, 관객들의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열릴 예정인 뮤지컬 ‘캣츠’ 40주년 내한공연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캣츠’는 다음달 9일~11월 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고, 민간 공연에 대한 거리두기 적용이 유지되면 공연을 올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