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록만 4천600쪽…오거돈 수사 넉 달 어떻게 진행됐나

참고인 59명 조사·심리 전문가 투입했지만 6개 혐의 중 강제추행만 확인
수사팀 관계자 "각종 의혹 제기됐지만 언론 보도 외 증거·증인 못찾아" 수사 한계 토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가 넉 달 만에 마무리됐지만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한 4월 23일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내사를 시작, 사흘 뒤부터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여성청소년과장을 수사 총괄 팀장으로 두고 24명이 팀을 꾸렸다.

비서실 직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고소·고발을 접수하는 등 주변 조사부터 시작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은 모두 6가지로 정리가 됐다.

부하 직원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강제추행 후 사퇴 시기 공증을 위해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지시를 내렸다는 직권남용 혐의,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정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선거법 위반 의혹이 나왔다.

또 지난해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한 또 다른 여성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와 이를 덮기 위해 다른 지자체에 부정 채용을 시켜줬다는 지방공무원법 위반, 채용 비리 혐의 등이 그것이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첫 소환 조사는 한달여 만에야 이뤄졌다.

5월 22일 경찰이 오 전 시장을 청사 화물기를 통해 수사팀으로 소환, 언론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소환 일주일 뒤인 5월 28일 오 시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별도로 진행하고 우선 강제추행 혐의부터 수사강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영장을 기각했다.

오 전 시장은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말하지 않았던 '인지부조화'를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경찰은 이후 두 달 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했고, 이날 강제추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전담팀 한 관계자는 "각종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언론 보도 외에는 증거나 증인이 없었다"면서 "수사전담팀은 모든 수사팀을 동원해 밑바닥부터 저인망식 수사를 하느라 시기가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관계자와 참고인 59명을 조사했고, 수회에 걸친 압수수색, 관련자 휴대폰 압수수색, 포렌식 통화내용 분석을 했다"면서 "심리분석 전문가, 법률전문가 자문도 건건이 진행했고 외부전문가 검증도 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기록만 4천600페이지가 넘고, 검찰 지휘도 3차례 받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