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융 포퓰리즘'에 급제동 건 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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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年 10%로 낮추기 어렵다"이재명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민 보호’를 위해 연 24%인 법정최고금리를 연 10%로 단번에 낮추자는 제안을 쏟아내는 가운데 정부 금융정책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리인하 노력해야 하지만
年 24%서 급격한 인하 어려워
불법사금융 키울 수 있어"
은 위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급격하게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고금리를 연 10%로 인하하는 데 대한 견해를 묻는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은 위원장은 “금리 부담이 줄어든다는 취지로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불법사금융을 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2002년 연 66%였던 최고금리는 여섯 차례에 걸쳐 2018년 24%까지 내려왔다. 은 위원장은 이 같은 최고금리 인하도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임기 내 최고금리를 연 20%로 내리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금리를 더 낮춰주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못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최고금리 인하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연 22.5%, 김철민·박홍근 의원은 연 20%로 최고금리를 낮추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달 들어서는 ‘더 센 법안’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대부업체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자”는 편지를 민주당 의원 176명에게 보내면서다. 이후 문진석·김남국 의원이 최고금리를 연 10%로 내리는 법안을 발의했다.전문가들은 법정최고금리가 ‘양날의 검’과 같은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인 만큼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신용도가 가장 낮은 서민부터 제도권 금융에서 돈 빌릴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는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윤창현 의원은 “금리를 떨어뜨리면 약자를 위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데, 주무장관이 정확하게 지적해줘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연 10%로 최고금리를 제한하면 최대 860만 명이 신용대출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축은행·카드·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 최소 연 10%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신용 6등급 이하 소비자는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22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합법 대부업체 이용자도 불법사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사채 이용자들이 문 평균금리는 연 110%(2018년 기준)였다.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가 높은 것은 금융회사의 조달금리에 판매관리비, 부실률 등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신용 7등급 이하 소비자는 평균 연 21.1%대 금리로 2000만원 이하를 빌려주는 합법 대부업체에서조차 90%꼴로 ‘대출 거절’을 당한다.
이날 은 위원장은 상장사 대주주 범위 확대에 대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며 “기획재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7년 25억원이던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올해 10억원까지 낮췄다. 내년 4월부터는 한 종목 주식을 3억원어치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낸다. 이 정책은 연말마다 개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