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8.7% 오른데다 코로나 겹쳐"…노사 "건강보험료율 인상 반대"

정부가 내년도 국민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가 일제히 동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년간 이미 8.74%나 오른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보험료율 인상은 경영난을 크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회보험료 부담 능력 급격히 위축"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25일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2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국민의 근로소득은 5.3%, 사업소득은 4.6%, 재산소득은 11.7%나 감소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사회보험료 부담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도 여행업, 항공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선정된 기업들은 사회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워 정부가 납부 기한을 연장해 주는 실정"이라며 "지난 3년간 이미 8.74%나 오른 건강보험료율을 이제는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율, 보험급여 등을 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위원장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는 가입자 대표, 공급자 대표, 공익 대표가 각각 8명씩 참여한다. 가입자 대표로는 경총과 중기중앙회 등 사용자 대표 외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포함된 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농어업인 및 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한다. 공급자 대표와 공익 대표는 의료계, 약업계, 공무원,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건정심은 노는 27일 회의를 열어 내년도 보험료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소비자단체·노동계도 "국고 지원 늘려라" 요구

노동계와 소비자단체도 경제 상황을 감안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정심 가입자 대표인 한국YWCA연합회 등 11개 단체로 이뤄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의료비 지출 합리화 △국민 부담을 최소화 △건강보험 국고지원 20% 이행 등을 요구했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무조건 건강보험료율을 올리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건정심 가입자 대표인 8개 단체는 공동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법률이 정한 20%로 확대하라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낸 바 있다.

건보료율 3.2% 인상을 전제한 정부

정부는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관련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율 3.2% 올리려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는 것이 노사단체의 일관된 판단이다. 근거로는 보건복지부가 내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10조6267억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8조9267억원에 비해 1조6640억원 늘었다. 복지부는 내년 국고지원금 예산액을 산출하면서 내년 건강보험 수입은 70조6463억원으로 추정했고 이 때 사용한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이 3.2%다. 2017년 8월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제시한 연평균 보험료율 인상률 3.2%와도 일치한다.

건보료율 인상에 팔 걷어붙인 건보 공단

오는 27일 건강보험료율 결정을 앞두고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은 건보료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25일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내용의 자료와 함께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내놨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월평균 보험료는 9만3789원인데 반해 보험급여는 10만6562원으로 보험료 부담 대비 1.14배의 혜택을 봤다.

공단은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응답자의 94.0%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건강보험료율 3.2%인상에 60.2%가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건보료 고율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며 "과다한 의료이용 방지 등 재정 관리 방안 없이 보험료만 올리려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