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네병원 휴진…서울대병원 수술 절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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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총파업에 '의료대란'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전임의협의회 등 의사단체가 26일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의 핵심 인력과 개원의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의료 공백의 충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의협·복지부 이견 못 좁혀
개업 의사들 사흘 문 닫아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은 26일로 예정된 수술의 30~50% 이상을 뒤로 미뤘다. 하루평균 190건의 수술을 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4일 10건 정도의 조정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30건이 밀렸다.이날도 40건의 수술이 연기됐다. 전임의 파업 참여 여파로 26일에는 60건을 미루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26일이 지나 보면 조정이 이뤄진 수술은 60건을 넘길 수도 있다”며 “파업이 지속될수록 수술 건수는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평균 수술 건수가 130건인 서울대병원도 전임의 파업 참여 여파로 수술량을 50% 수준으로 낮췄다. 이마저도 의료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서로 수술을 돕는 식으로 수술 연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공의, 전임의 이탈로 수술 부담은 물론 당직 업무까지 맡게 됐다”며 “교수진의 피로 누적은 수술 건수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경중을 따져가며 환자를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주요 병원은 전공의, 전임의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교수만으로는 병원 의료 업무를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급 의사들은 세부 전공에 특화돼 있어 전문 분야가 아닌 환자까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수차례 만나 협의했지만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 의료정책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우선적으로 한 뒤 정책 논의를 하자고 설득해왔다. 그러나 의협은 정책 철회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동네 의원들은 휴진 형식으로 총파업에 참여한다. 지난 14일 1차 총파업 때는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8365곳(24.7%)이 휴진 신고를 했다. 만성질환자 및 비교적 경증 환자들이 찾는 의원에서 파업을 하면 당장 일반 시민들의 의료 불편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하루가 아니라 사흘 연속 파업이 예고돼 있다.정부는 의료진의 현장 복귀를 거듭 요청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의협과 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료개시 명령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응급실, 중환자실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협이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고발 등 시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