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미안합니다" 현수막 부착한 부산 교회…부기총과 선긋기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성시화운동본부 방역 동참 성명
부산을 대표하는 개신교 단체인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가 부산시의 행정명령에도 지난 주말 대면 예배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지역 교회에서는 부기총의 입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부산 종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일부 교회들은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부착해 부기총 집행부 의견과 선 긋기에 나섰다.

부산을 대표하는 기독교 실천운동기관인 부산 성시화운동본부는 부기총 입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남규 부산성시화운동본부 기획단장은 "기독교는 가톨릭과 다르게 한국 교회를 대표하고 구속력을 가진 단체는 없어 부기총이 모든 교회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래서 지난 주말 부산지역에서도 대다수 교회들이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교회는 방역에 솔선수범하고 있고 정상적인 공권력에 대해서 찬성하지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방역은 신앙이나 정치가 아니라 과학과 의학이다.

교회도 방역에 신앙을 동원해서도 안 되고 정부도 방역에 정치지형이나 편견을 대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이달까지 대면 예배를 하지 않고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성명서를 준하고 있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B)도 입장문을 내고 "교회 모임이 바이러스 창궐의 도화선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교회는 겸손해져야 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단기적으로 모임을 지양하고, 가정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함으로써 우리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황이 엄중함에도 예배할 권리를 내세워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몇몇 목소리들 앞에서 우리 이웃들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은 몽니가 아닌 사랑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도 부기총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온 나라가 힘을 모으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일부 세력의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대면 예배를 진행한 부산기독교총연합회를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부산시당 위원장)도 "현장 예배 대신 온라인 예배를 권장하는 것은 종교 자유 탄압, 예배 탄압이 아니다"며 "현장 예배를 강행하면 예배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 과정, 예배 전후 신도들 간의 수인사와 대화 등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침투를 기도와 신앙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 지역 전체 1천765곳 교회 중 279곳이 대면 예배를 금지한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앞서 시는 지난 21일 0시를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와 함께 대면 예배를 금지하고 비대면 예배만 허용했다. 부산시는 지난 23일 대면예배를 강행한 279곳 중 10인 이상 대면예배 강행한 106개 교회에 대해 26일 0시부터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