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엑슨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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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없어서가 아니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설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 아메드 자키 야마니의 말이다. 그의 예언은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의 추락으로 현실이 됐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1위였던 엑슨모빌은 30개 우량주로 구성된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이달 말 퇴출된다.
석유는 1870년에 록펠러가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한 이후 새로운 화석연료 시대를 연 ‘황금의 샘’ ‘검은 황금’으로 각광받았다. 덩치가 커진 스탠더드오일은 1911년 반(反)독점법에 따라 뉴저지스탠더드오일(엑슨), 뉴욕스탠더드오일(모빌) 등 34개사로 분할됐다. 이들 중 엑슨이 모빌을 합병하면서 엑슨모빌이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엑슨모빌이 다우지수에 편입된 것은 1928년 뉴저지스탠더드오일 시절이었다. 역사가 92년에 이르는 최장수 멤버다. 2007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기업에 밀려 2011년 애플에 왕관을 빼앗겼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도 뒤졌고, 2017년 말에는 아예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현재 1800억달러(약 213조원)로 줄었다. 추락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셰일혁명에 따른 유가 하락과 국제 에너지산업의 재편이다. 엑슨은 미국 내 셰일오일 개발 붐을 외면하고 해외 유전에 매달리는 우(愚)를 범했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올 1, 2분기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40%나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석유시장의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우지수에 새로 편입된 종목들이 정보기술과 바이오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에서 에너지산업이 퇴장하고 클라우드산업이 새롭게 떠오르는 시대적 전환의 상징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엑슨의 다우지수 퇴출 사실이 공표된 24일은 공교롭게도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었다. 그야말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지만 에너지산업은 한참 뒤져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도 점점 높아져 94%에 이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석유는 1870년에 록펠러가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한 이후 새로운 화석연료 시대를 연 ‘황금의 샘’ ‘검은 황금’으로 각광받았다. 덩치가 커진 스탠더드오일은 1911년 반(反)독점법에 따라 뉴저지스탠더드오일(엑슨), 뉴욕스탠더드오일(모빌) 등 34개사로 분할됐다. 이들 중 엑슨이 모빌을 합병하면서 엑슨모빌이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엑슨모빌이 다우지수에 편입된 것은 1928년 뉴저지스탠더드오일 시절이었다. 역사가 92년에 이르는 최장수 멤버다. 2007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기업에 밀려 2011년 애플에 왕관을 빼앗겼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도 뒤졌고, 2017년 말에는 아예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현재 1800억달러(약 213조원)로 줄었다. 추락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셰일혁명에 따른 유가 하락과 국제 에너지산업의 재편이다. 엑슨은 미국 내 셰일오일 개발 붐을 외면하고 해외 유전에 매달리는 우(愚)를 범했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올 1, 2분기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40%나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석유시장의 쇠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우지수에 새로 편입된 종목들이 정보기술과 바이오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에서 에너지산업이 퇴장하고 클라우드산업이 새롭게 떠오르는 시대적 전환의 상징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엑슨의 다우지수 퇴출 사실이 공표된 24일은 공교롭게도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었다. 그야말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지만 에너지산업은 한참 뒤져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도 점점 높아져 94%에 이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