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해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한국 바이오산업 이제부터 시작"

“K-바이오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미국·유럽의 다국적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걸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바이오 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불과 20년 전 바이오라는 산업 자체가 없었던 한국이 현재는 일본과 중국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이 끝나면 곧바로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다른 치료제가 먼저 출시되더라도 치료제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며 “생산시설 부족으로 한 개의 치료제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치료제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올 연말께 셀트리온그룹 회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그는 “은퇴 후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각 국가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순항하고 있는지요.“충남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상 1상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과도 잘 나오고 있고요. 오는 9월 전에 임상 1상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엔 임상 3상까지 모두 마칠 예정입니다.”

▷치료제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연말께 종료되는 임상 2상 결과가 잘 나오면 정부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곧바로 치료제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물론 임상 2상에서 안정성과 효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중간 결과도 공개할 예정인가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이슈가 있으면 언제라도 적극 공유할 생각입니다. 임상 단계별로 결과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영국 등 유럽 정부에서 중간 결과를 공유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9월부터 치료제 상업 생산에 미리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판매 허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서 입니다. 생산 시설의 한계가 있어 허가 후에 생산하면 늦습니다.”

▷개발에 실패하면 생산분을 폐기해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에서 치료제의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했습니다. 성공 가능성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발표한 겁니다.”

▷램시마 등 기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진 않을까요.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위해 올해와 내년 생산 계획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기존 생산 제품의 재고를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를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으로 채울 예정입니다.”

▷글로벌 제약사와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다수의 회사가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보다는 누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개발하느냐가 더 중요할 겁니다. 속도를 위해 절차를 뛰어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회사보다 치료제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수요는 한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다수 회사가 참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백신은 예방 효과가 길지 않을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어 치료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

▷코로나19 치료제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이윤보다는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여러차례 강조했는데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바이오 산업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과도 대등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봅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오 산업의 실력이 제대로 평가되기 시작한 겁니다.”

▷달라진 시선이 느껴지는지요.

“네, 그럼요. 20년까지만해도 한국엔 바이오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이미 뛰어넘었습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치료제, 백신 등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낼 겁니다.”

▷미국 정부는 백신·치료제 개발에 수천억~수조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나름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방역 역시 성공적으로 해왔죠. 각 국가에 맞는 지원 방안이 있는 겁니다.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봅니다.”

▷개발 자금 부족 문제는 없습니까.

“1500억~3000억원 정도가 들 것 같습니다. 재정 여력은 충분합니다. 또 선구매 주문이 많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역시 필요한 상황은 아닙니다.”

▷자가면역치료제 램시마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현재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겪는 사이토카인 폭풍에 효과가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비비비 등과 손을 잡고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선 모습입니다.

“본업에 충실할 겁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제품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개발, 타 질환 진단키트 개발 등 협업은 확대할 방침입니다.”

▷일본의 다케다제약 사업권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단행했습니다. 추가 M&A 계획도 있나요.

“다케다제약 사업권 인수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추가 인수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공격적인 인수는 하지 않을 겁니다.”

▷은퇴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인가요.

“올해 안에 은퇴한다는 계획엔 변함 없습니다. 회사 임원 정년이 65세이고, 저 또한 이를 지킬 겁니다. 65세는 여전히 젊은 나이입니다. 새로운 창업을 구상 중입니다.”

▷어떤 회사를 만드실 생각입니까.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차릴겁니다. 고령회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이며 의료 재정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원격진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미국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직접 회사를 이끌 예정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경험을 활용해 헬스케어와 같은 4차 산업 분야에서 좋을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한국 정보기술(IT) 분야의 장점을 살릴 겁니다. ”

▷규제 산업이라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나라별로 환경과 조건이 다릅니다. 규제 장벽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별 맞춤 사업이 필요합니다. 북유럽의 한 국가와도 계속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사업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

▷한국 시장도 보고 계신지요.

“한국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젠간 이런 이슈가 공론화될 겁니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가 가능토록 준비할 겁니다. ”

▷증권사들은 올해 셀트리온 매출의 매출을 1조62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작년 대비 44%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셀트리온 제품군은 코로나19가 유행한다고 끊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코로나19에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죠."

▷코로나19로 인한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집에서 자가 주사가 가능한 램시마SC(피하제형 주사)의 추가 적응증 승인 결과가 예상보다 빨리 나왔습니다. 유럽 시장에서 지난 2월부터 팔기 시작한 램시마SC의 선호도가 높아져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반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제약의 합병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셨습니다. “네, 맞습니다. 종합 제약사가 가진 모든 기능을 한 데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법률 및 세무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3분기 또는 4분기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겁니다. 결국 결정은 주주들이 할 겁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