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리포트] 2020 하반기 바이오 주식 투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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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2020년 상반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발발로 주식시장은 여느 때 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발생 초기였던 3월 1440p까지 대폭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어느덧 2300p를 넘어섰고, 의약품 업종지수는 지난 2018년 상반기 기록했던 고점을 6월초 가뿐히 돌파하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팬데믹에 대한 우려는 말끔하게 사라진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위기 타계를 위한 각국 정부의 유동성 풀기 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 기댄 랠리이기는 하지만, 합리적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시총 비중 6배나 상승
2010년 초 거래소시장 내 1.3% 수준에 불과했던 KOSPI 의약품업종 시가총액 비중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8.2%까지 6배 이상 확대됐다. 2019년말(5.3%)과 코로나19 발생 직전이던 3월초(6%) 대비로도 2~3%p 확대된 수치이다. 7월말 기준으로 전기전자(34.5%),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업(12.0%), 금융업(11.3%), 화학(10.3%) 업종 다음 다섯번째로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아 50조원을 넘어섰다. 40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셀트리온 시가총액 순위도 6위로 올라섰고, 코스닥시장에 편입되어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15조원)과 셀트리온제약(4조원)까지 합산한 시가총액은 62조원으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을 이미 넘어섰다.
코스닥시장 내 비중은 더 크게 확대됐다. 시가총액 상위 30위 안에 헬스케어 기업이 13개로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말 3만원 내외였던 씨젠과 알테오젠 주가는 800%, 500% 급등해 현재 시가총액이 각각 7조원, 3조원 내외다. 이렇듯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주식시장 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위상이 급변했지만, 실적과 R&D 펀더멘털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충분하지 않다. 물론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이 MSD와 각각 총 계약규모 4.7조원,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케미칼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글로벌 기업들과 잇달아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닝과 R&D 모멘텀 측면으로 긍정적인 이슈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사노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반환 의향을 통보 받은 가운데 녹십자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아쉽게도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던 브릿지바이오의 폐섬유증치료제 임상 2상 지연, 메디톡스 메디톡신의 국내 품목허가 취소, 대웅제약 ITC 예비판정 패소 등 부정적 이슈들도 잦았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실적 기대감이 한껏 높아져있는 진단키트의 경우에도 매월 확인되고 있는 수출 데이터가 시장 기대치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 기업들 주가가 초강세인 가운데 팬데믹에 방어적인 실적 특성이 상대적인 투자 메리트가 될 수 있어 보이기는 하나, 그만큼 시장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는 만큼 매수할 만한 가격 메리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8월초 현재 KOSPI 의약품 2020년 예상 PER는 78배, 향후 12개월 예상 PER는 54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실현 가능성 점검이 관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주가 급등은 비단 국내 시장만의 흐름은 아니다. 다만 실체가 있는 개발 파이프라인인지, 글로벌 시장에 상업화시킬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또한 제한적인 환자 대상으로 수요되는 치료제 보다는 범용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백신의 개발가치가 훨씬 높아 보인다.미국 주식시장에서 연초 이후 7월말까지 YTD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 중인 바이오텍은 노바백스(+7,960%)와 아이바이오(+6,590%), 이노비오(+830%), 모더나(+340%) 등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이 다수이다. 해당 기업들 중 모더나와 노바백스, 그리고 화이자의 개발 파트너인 바이오엔테크는 7월말부터 임상 3상을 개시(노바백스는 10월 중순 개시 예정)했다. 미국에서는 연말까지 6개 프로젝트가 바르다와 와프 스피드 프로젝트(Warp Speed Project) 지원과제로 선택돼 총 18만명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전개할 전망이다. 임상 3상 관련 자금 지원액은 총 42억달러로 천억 내외에 그치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추경 예상 규모와는 크게 비교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에게 창출되는 신규 이윤은 역시 미국 기업들이 독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반기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글로벌 의약품 시장 전망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력 처방 약물 매출 전망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처방 건수 감소 영향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톱15 기업 합산으로 하향 조정된 매출 감소액은 49억달러다. 특히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매출 전망치는 4.5억달러나 하향조정되었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부정적인 영향에도 지속적인 의료수요 확대와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신약 출시를 통해 2020~2026년간 글로벌 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7.4%로 양호한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의약품 매출 전망치가 총 78억달러 하향 조정되나, 현재 임상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중 530개 과제가 FDA로부터 신약허가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 신약이 2026년에 신규 창출되는 매출액이 2390억달러로 높게 전망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장기 우수한 성장성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을 전망으로 국내 기업들의 R&D 환경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 라이선스 거래 및 인수합병 건수가 최근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주력 품목들의 특허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 리스크에 직면해있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R&D 아웃소싱 활동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연말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리스크를 고려할 때 효율적인 R&D 예산 분배가 중요해 보인다. 문어발식 파이프라인 확장 전략 보다는 기업별로 집중하고자 하는 R&D 분야가 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편 11월초 미국대선이 국내외 헬스케어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헬스케어 정책 초점은 오바마케어 확대 복원으로 의료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수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오바마와 트럼프에 비해 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약가규제 정책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만만치 않게 공약되고 있어 바이든 당선시 글로벌 빅파마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료 커버리지 확대에 소요되는 보험재정과 정책 공약의 중심에 있는 신재생 에너지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기업들의 법인세율 인상 등이 R&D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