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하늘길 막혀 불법체류자 40만명 육박 '사상 최대'

국내 외국인 5명 중 1명꼴…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5월 통계연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탓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이 40만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26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5월 현재 우리나라에 머무는 불법 체류자는 모두 39만6천654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0%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한내에 출국해야 할 외국인이 국내에 발이 묶이면서 체류자로 몰리며 빚어진 사태로 분석된다.
불법체류자 중 75%인 29만6천여명은 관광 등을 목적으로 무비자로 입국해 90일 미만만 머무는 '단기 체류 외국인'이었지만 국제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신세가 됐다. 단기 불법 체류자는 작년 동기보다 11% 증가했다.

나머지 10만여명은 외국 국적 동포와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이들을 뜻하는 '장기 체류 외국인'으로 같은 기간 7.4% 늘어났다.

장기 불법 체류자가 10만명대로 올라선 것은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단기 체류자는 무비자 만료 기간을 넘기고도 출국하지 못했다"며 "비전문취업(E-9) 비자 등으로 들어온 장기 체류 외국인도 취업 활동 기간인 3년을 넘기면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모국에 다녀와야 하는데 이것이 힘들어지면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총 체류 외국인 중 불법 체류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불법체류율'은 1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지난해의 15.5%가 가장 높은 수치였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5명 중 1명 꼴로 불법 체류자라는 의미다.
또 다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모국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불법 체류자를 최대한 빨리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자국인조차 받지 않으려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거라 본다"라고 전했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지는 사업체가 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실직자로 몰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해고된 이후 3개월 안에 다시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면 자진 출국해야 하는데 구직도 힘들고, 귀향하기는 더 어려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