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설'…카드 안 쓰니까 카드사 이익 오히려 증가

/연합뉴스
상반기 신용카드업계 순이익이 코로나19 여파에도 20% 넘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에도 카드사 실적이 개선된 건 의외라는 반응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카드를 안 쓸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역설의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분석된다.

집 밖에 나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주유비 할인이나 놀이공원 할인 등의 마케팅 비용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적자 나는 카드를 대대적으로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10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상당수가 카드로 사용됐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코로나 확산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기해주면서 연체채권이 줄어 대손충당금을 줄이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카드 혜택쓰는 사람 없어 비용 절감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61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건 카드 사용자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서다. 항공과 여행, 영화, 주유 등의 카드 혜택이 많은데 외출을 하지 않다보니 회원들에게 줘야할 부가서비스(혜택) 비용도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예전 같으면 카드 결제가 감소할 경우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카드사 실적이 악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가맹점수수료가 절반으로 깎이면서 기존의 카드 혜택을 유지하면 오히려 카드 결제가 감소할수록 순익을 보는 구조가 됐다. 카드 혜택은 여신금융업 감독규정상 3년간 바꿀 수 없다. 기존에 있던 신용카드는 가맹점수수료가 현행요율보다 두 배 가량 높아서 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2018년 이전에 나온 카드들이다. 이처럼 '답 안 나오는' 카드를 대거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비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새로 출시된 카드는 61종, 올해는 65종이다. 그런데 단종된 카드는 각각 160종, 76종에 달한다. 단종된 카드의 숫자가 새로 출시된 카드보다 많아진 것이다.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되기 전인 2017년(73종), 2018년(82종)과 비교해도 단종되는 카드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 출시됐다가 오는 31일 단종되는 롯데카드 라이킷펀이 있다. 영화나 대중교통 혜택, 할인한도가 비슷한 카드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은 카드다. 체크카드인데도 배달의민족에서 20%를 깎아주는 배달의민족 우리체크카드도 인기카드지만 조만간 단종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그런 카드 때문에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대로 뒀다가 나중에 소비가 살아나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단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덕에 비상금 아껴

재난지원금도 카드사 순이익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수혜자들이 카드 가맹점에서 돈을 쓰면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를 벌어들인다. 이 금액이 약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별로 나누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순이익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재난지원금은 카드사들이 만약을 위해 쌓아온 대손충당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 사정이 나아진 자영업자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당장 고금리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먼저 갚은 것이다.

정부가 채무 상환과 이자 납입을 6개월간 늦춰준 것도 카드사 실적이 개선된 이유다. 연체채권이 늘지 않아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낮아져서다. 비상금 역할을 하는 대손충당금을 예전처럼 쌓을 필요가 없어졌다.

반대로 카드사들의 순익 개선 이유가 '일회성'에 지나지 않아 하반기 실적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주지 않는다면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다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면 한꺼번에 늘어날 연체채권 때문에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크게 늘려야할 수도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