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김범수·김택진의 이유 있는 '엔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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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업고 글로벌 공략 속도한국 인터넷산업을 개척한 1세대 창업자 3인방(이해진·김범수·김택진)이 ‘한류(韓流)’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각자 강점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거나 준비하고 있다. 세 기업의 유통망이 세계로 확장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한류 콘텐츠 지원이 핵심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에스엠·YG엔터 투자
동영상 '브이라이브' 경쟁력 강화
카카오M, 3년 내 3000억 투입
240여개 영화·드라마 제작 계획
엔씨소프트, 엔터社 클렙 설립
AI 접목한 한류 콘텐츠 구상
엔씨도 ‘리니지’ 넘어 콘텐츠 시장에 가세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클렙’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게임 개발에 집중하던 엔씨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다. 엔씨소프트가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2011년 야구단 NC다이노스 창단 이후 9년 만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클렙을 세운 것은 단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클렙 대표는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맡았다. 배우 송승헌, 아이돌 우주소녀 등을 거느린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심세란 이사도 최근 클렙에 합류했다.이해진 GIO의 네이버는 지난 3일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류 영상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자사의 동영상 유통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통해 방송하던 방탄소년단(BTS)이 자체 방송 플랫폼(위버스)을 구축하면서 이들을 뺏긴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면서 안정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이 GIO가 직접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네이버의 사내 이사직을 사임한 이 GIO는 국내보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한류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 의장은 2018년 설립한 자회사 카카오M 대표로 김성수 전 CJ ENM 대표를 직접 영입했다. 카카오M은 영상, 음악 콘텐츠와 매니지먼트사업 전문 기업이다. 배우 이병헌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150명 이상의 배우와 가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웹툰과 웹소설을 유통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자회사 카카오재팬과 함께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글로벌 시장 공략
국내 대표 인터넷 및 게임 기업의 창업자들이 모두 한류 콘텐츠에 꽂혔지만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네이버는 유통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브이라이브 등 자사 서비스에서 판매하는 한류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카카오는 자체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영화, 드라마, 음원 등을 직접 제작해 다양한 경로로 유통할 계획이다. 카카오M은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240개 이상의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카카오페이지도 배우 송중기, 김태리 등이 주연을 맡은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로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미국 유명 지식재산권(IP)인 마블 스튜디오 시리즈처럼 키우는 것이 목표다.엔씨소프트는 새로운 형태의 한류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게임에 적용해온 첨단 IT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람과 캐릭터가 글로벌 IP가 될 수 있고, 이 콘텐츠를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변에 강조하고 있다. 한류 스타를 하나의 IP로 보고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유명 K팝 스타의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한 가상 디지털 콘텐츠 등이 거론되고 있다.
3인방이 한류 콘텐츠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것은 글로벌 시장 진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카카오와 엔씨소프트는 해외시장에 도전했지만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네이버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 등이 아시아 권역에서 성공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를 넘어선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유통망을 통해 세계 인기 콘텐츠로 떠오른 한류 상품에 3인방의 관심이 쏠린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드라마, K팝 스타의 온라인 공연 등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IT 기업들이 비대면 한류 콘텐츠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