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도 질렸다"...디자이너 브랜드로 몰리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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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소비 트렌드 변화…SPA 시장 성장세 주춤패션 시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세가 거세다.
SPA 보다 '고급'·백화점보단 '저렴'…매출액 50%↑
디자이너 브랜드는 명품 브랜드 대비 낮은 가격과 SPA 브랜드보다 높은 품질을 무기로 마니아층을 늘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SPA 브랜드 성장세 '주춤'…"저렴한 것 외엔 장점 없어"
2010년대 들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무난한 품질을 내세운 SPA 브랜드에 열광했다. 유니클로와 H&M, ZARA 같은 해외 브랜드가 성장을 주도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명품 브랜드와 소위 '보세' 사이에 완충 지대가 생겨났고 다양한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보세란 명확한 디자이너 없이 공장 등에서 대량 생산돼 유통되는 옷을 말한다.이러한 SPA 브랜드 성장세가 최근 둔화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전년 대비 평균 57%의 매출액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평균 5%대로 주저앉았다. H&M 코리아도 2011~2013년 전년 대비 매출액이 평균 49% 성장했지만 2018~2019년에는 평균 6% 수준에 그쳤다. ZARA 코리아의 2018~2019년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2% 수준이었으며 2017년에는 매출액이 2016년 대비 감소하기도 했다.SPA 브랜드 성장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로 최근 20·30세대의 변화한 소비 트렌드가 꼽힌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개인의 만족을 추구하는 편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기를 원한다. 이들에게 SPA브랜드는 저렴하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어 조금씩 멀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 발달로 디자이너 브랜드 '전성시대'
이와 달리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26일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파는 온라인 편집숍 'W컨셉'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93% 증가했고, 신규회원 수도 전년 대비 31% 늘었다. 7월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사전적 의미로 디자이너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제품의 상표를 말한다. '크리스찬 디올'이나 '알렉산더 맥퀸' 등이 해당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소위 '보세'와 구분 짓기 위해 주로 쓰인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 등 전문 인력이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세와 차이가 있다.디자이너 브랜드는 SPA브랜드가 생겨나기 전부터 있었지만, 과거에는 개인 가게를 차리는 것 외에는 판매할 방법이 없어 사업 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판매망이 넓어지고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성장 여건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해봐야 백화점 입점이 안 되면 보세 업그레이드 정도로 생각해 팔리지 않았다"며 "솔직히 소재는 대기업에 비해 떨어질 수 있지만, 가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성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작지만 대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공장이 있고 패터너와 디자이너가 있다"며 "인지도가 높아지면 백화점에 입점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장사 개념인 보세와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유명 편집숍은 '품질 보장'
소비자들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W 컨셉이나 29cm 등 온라인 편집숍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도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는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하기도 하는데 삼성물산의 SSF가 대표적이다.이러한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인지도나 판매량, 품질 등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하지만 일단 입점에 성공하면 성장 가능성은 크게 올라간다. 이들 편집숍은 디자이너 브랜드 난립을 막기 위한 일종의 '거름망' 및 과거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백화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편집숍 입점에 성공한 브랜드는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등 고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자주 구입한다는 A씨(34)는 "남들은 잘 모르는데 나만 알고 있는 질 좋은 브랜드, 그게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며 "디자이너 브랜드는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고급스러운걸로 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물어보면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내가 깨어있는 신식 패셔니스타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고가 브랜드 의류를 주로 구입하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게 된 B씨(32)는 "몇 년 전부터 SPA브랜드가 뜨면서 몇 벌 사봤는데 막상 입어보니 괜찮았다"며 "그러다 보니 백화점 제품이 품질 대비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디자인이나 소재가 괜찮으면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명석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