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명령'…실제 의사들에 미칠 법적 효력은?

지난 2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집단 휴진(파업) 등을 멈추고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하라는 뜻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여기에 얽힌 법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해당 명령이 의사 개인들에게 어떤 법적 효력을 미칠지, 절차 위반의 소지는 없는지, 전공의 등이 해당 명령을 거부하고 피해다닐 경우 어떻게 되는지 등이다.

"의사 VS 정부…최소 1년 쟁송기간 거칠 것"

정부가 지난 26일 내린 명령 자체는 특정 대상자를 '콕' 집어 내린 것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전공의·전임의를 상대로 한 '포괄적' 명령이다. 전공의·전임의 개개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려면 대상자들이 직접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한 후, 그에 따른 개별적 명령을 내리는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인 의원 수준인 1차, 2차 병원들에는 개별적으로 행정고지서가 전달된 상태다. 이처럼 명령 발령자(정부)와 수범자(의사 개인 등)가 특정된 경우 행정명령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법 제 59조 2항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는 의사들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 1년 이하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다만 의사들이 앞으로 처분의 부당함 등을 행정소송에서 다툴 수 있으므로 의사 개개인들에게 당장 신분상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도 할 수 있고 앞으로 상당한 쟁송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지금부터 빨라도 1년~1년 반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복지부가 "포괄적 명령이라 하더라도 대상자들에 대한 '고지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절차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선 먼저 사전고지를 하고 이후 본고지를 내리게 되는데 포괄적 명령으로 사전고지를 대신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인 정이원 법무법인 이원 변호사는 "처분이라는 것은 의사나 의원 개개인에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전공의협의회라는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절차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법한 도달' 입증이 쟁점

피켓시위 하는 전공의 /연합뉴스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만일 전공의 등이 행정명령서를 반송하거나 이메일 등을 수신하지 않고 계속해서 피할 경우 어떻게 될지다. 행정명령 발동에서 중요한 쟁점은 해당 명령이 대상자에게 적법한 절차로 '도달'했는지 여부다. 실제로 일부 전공의들은 행정명령이 본인에게 '도달'했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를 읽지 않거나 업무개시명령서를 반송처리하고 있다.

직장에 문서가 배송됐으면 적법하게 '도달'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직접 열어봐야 해당 문건이 '도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통상적으로 내용증명 문건 등이 주소지에 배송되면 제대로 도달한 것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병원으로 발송됐으면 적법하게 도달했다고 봐야한다는 의견과 그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의사들이 단순히 문건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반송'을 했다면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법한 '도달'이 인정되면 그 이후에는 행정처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의기간은 처분이 있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7일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행정명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사직서를 내는 것은 일방적인 의사표현일 뿐이고 병원이 수리하지 않는 이상 신분상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사직서 제출 후에도 행정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