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피해고객 차등 보상…투자금 3억 이하 70% 先지급

NH투자증권 유동성 지원 확정
NH투자증권이 27일 옵티머스 펀드 피해 고객에게 원금의 최대 70%를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선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과 주주 가치 훼손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옵티머스 펀드 투자 고객에게 유동성을 차등 공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가입 금액을 기준으로 △3억원 이하 고객에게는 70% △3억원 초과 10억원 미만 고객은 50% △10억원 이상인 고객에게는 40%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다만 법인 고객은 개인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되, 유동성과 자금력을 고려해 투자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30%를 선지급한다.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체 고객의 77%가 3억원 이하를 투자했다. 77% 고객에게 70% 유동성 지급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차등 지급안’을 들고 나온 이유는 그동안 사외이사들이 옵티머스 피해자 보상안에 반대 의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주주들로서는 이번 유동성 공급이 배임이나 주주 가치 훼손으로 보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자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해 다섯 차례 이사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논의 도중 사외이사가 2명이나 물러나기도 했다.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시하면서도 주주 가치 훼손은 최소화하는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유동성을 차등 공급하는 절충안을 만들어 사외이사들을 수차례 설득했다. 여섯 번째 이사회에서야 안건이 통과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안건 의결은 판매사로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라며 “고객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에도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공급에 필요한 금액은 18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만기가 도래한 고객들만 유동성 지원 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유동성을 공급받아도 분쟁 조정 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판매액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빠르게 투자자 지원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불거진 라임 사태의 경우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판매사 중 신영증권이 처음으로 투자자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6월 처음 불거진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처음으로 원금의 70%를 선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매 금액은 287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은 총 4327억원으로 가장 많다. 투자자는 1049명(개인이 881명, 법인은 168곳)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