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출신 틱톡 CEO, 결국 사임…트럼프 퇴출 압박에 석달도 못채워

美와 관계개선 위해 영입했지만
메이어 CEO "정치적 환경 급변"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는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케빈 메이어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3개월여 만에 사임했다. 미 정부의 틱톡 금지 행정명령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과 미국 사업 매각 논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CEO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어 CEO는 틱톡과 모회사 바이트댄스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할지, 내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리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그는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요구하는 미 정부의 움직임 때문에 내가 맡은 역할이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이런 배경에도 우리는 곧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사임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틱톡 제재와 관련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틱톡은 지난 5월 중국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미국 월트디즈니 임원 출신인 메이어를 CEO로 영입했다. 당시 바이트댄스는 메이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엔터테인먼트 경영자”라며 “바이트댄스의 포트폴리오를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해줄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이어가 업무를 시작한 뒤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틱톡이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달 초에는 90일 안에 미국 내 자산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틱톡은 성명에서 “지난 몇 달간 정치적 변동이 메이어의 역할을 상당히 변화시킨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했다.한편 MS 등과 함께 틱톡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이날 “틱톡은 구글의 고객”이라며 매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