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강렬한 건강 메시지, 25초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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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25초영화제 시상식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 중턱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험난해 보이는 산길은 이내 수많은 사람이 바삐 오가는 출근길 지하철 오르막 계단으로 바뀐다. 육중한 몸매를 지닌 그는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중앙 손잡이를 잡고 비틀거리듯 계단을 오른다. 하지만 절반도 채 오르지 못하고 자신이 오른 계단 뒤를 돌아보며 털썩 주저앉아 깊은 한숨을 쉰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계단이 그에겐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준다. 이윽고 내레이션이 흐른다. “출근길이 가파른 그대, 필요한 건 습관의 변화가 아닌 치료입니다. 비만은 질병입니다.”
대한비만학회·한경 주최
임철현 감독 일반부 대상 수상
청소년부 대상은 강민정 감독
비만치료 필요성 기발하게 표현
총 373편 출품…작년보다 2배↑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시상식
유튜브 채널 통해 수상자 알려
임철현 감독이 제2회 ‘비만 25초영화제’에 출품한 ‘출근길’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정확한 치료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영상에 강렬하게 담아내 호평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비만인 스스로 자신의 시선에서 비만을 바라보고 치료 대상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입을 모았다.대한비만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5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 영화제는 비만이 사회적 질병임을 알리고 비만 예방과 치료, 인식 개선에 관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만은 질병이다’를 주제로 6월 2일부터 7월 17일까지 진행한 공모에 일반부 324편, 청소년부 49편 등 총 373편이 출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처음 열린 비만 25초영화제(총 163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작품이 쏟아졌다. 이 중 14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비만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비만 예방과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의미있게 전달한 작품들이다.청소년부 대상은 ‘비만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를 출품한 한강미디어고 강민정 감독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많은 사람이 비만을 질병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실제 인물을 출연시키는 대신 모션 그래픽으로 제작한 영상은 수면 부족과 불균형한 식습관, 유전과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으로 비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게 생긴 비만이 당뇨, 고혈압, 지방간, 대장암 등 더 큰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료하게 담아냈다. 강아지조차 과도한 사랑으로 던져진 먹이를 먹고 비만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호평받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바이러스 예방법’을 제작한 김민성 감독이 차지했다. 한 남자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는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쉬지 않고 샌드위치와 과자를 집어 먹는다.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웠는지 이내 화장실로 가서 비누로 열심히 손을 씻는다. 심지어 집안에서 의료용 방진복과 공업용 방진마스크까지 쓴다. 잠시 후 등산을 가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지만 남성은 “내가 언제 운동하는 것 봤냐?”며 단칼에 거절한다. 그 순간 치킨 배달부의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남성은 쏜살같이 뛰어간다. 화면엔 조용히 메시지가 뜬다. “비만은 예방 안 하세요? 비만도 질병입니다.”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남들보다 조금 더’를 출품한 경기영상과학고 안광민 감독이 받았다. 한 남학생이 웃으며 서 있다. 그는 “난 환자였습니다. 남들보다 마음이 조금 더 아픈, 남들보다 뛰는 게 조금 더 많이 힘든”이라고 말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뚱뚱했던 남학생은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절뚝거리며 걷다 숨이 차올라 바닥에 쓰러진다. 그의 손에 쥐어진 알약들이 바닥에 쏟아진다. 다시 환하게 웃는 현재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비만의 결과는 질병, 비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수상자 및 참석자 없이 무관중·온라인 생중계로 열렸다. 수상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호명됐다. 영화제를 주최한 한국경제신문의 김정호 사장과 조일훈 편집국장은 온라인 관객들에게 사전 준비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시상에 나선 이관우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과 이규래 대한비만학회 회장, 박성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도 실시간 화상 중계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들에겐 총 3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