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일업체와 5억대 기상장비 대금소송 패소 확정

정부가 독일업체로부터 기상장비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공급 날짜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일정 조정으로 소용된 추가 비용을 주지 않았다가 5억여원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독일 기상장비 제조업체 A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대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사는 2009년과 2010년 두차례 정부와 강우 레이더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장비를 납품하기로 했다.

강우 레이더는 짧은 시간의 강우 상황을 정확하게 관측해 돌발 홍수를 예보하는 장비다.

그러나 정부가 장비 공급 날짜를 수차례 변경하면서 1차 계약의 공급시기는 2011년에서 2014년으로, 2차 계약 공급시기는 2013년에서 2017년으로 미뤄졌다. A사는 정부의 요구대로 변경된 날짜에 시스템을 공급한 뒤 추가로 발생한 계약이행보증증서 비용, 보험이자 비용, 창고 비용 등을 지급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계약서상 A사가 기간 만료 전에 추가 비용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A사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부가 지급 거부 사유로 제시한 '추가 비용을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요청해야 한다'는 조항은 A사의 요청으로 일정이 바뀔 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시스템을 납품받는 정부 요청에 따라 일정이 바뀐 만큼 A사가 계약 기간에 추가 비용을 요청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12개월 이내에서 시스템 선적기한을 연기할 수 있고 추가 대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항도 있었지만 이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계약 담당 공무원은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4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A사에 계약이행보증증서 비용 4천699유로 등 총 3만9천273유로(약 5천5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A사가 지급을 청구한 비용 중 창고이용료, 보험이자 비용, 인건비 등 서비스 비용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1심이 인정한 금액에 보험이자 비용, 서비스 비용 등까지 더한 39만4천유로(5억5천만원)를 정부가 A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추가 비용 지급 의무가 없다고, A사는 보증연장 비용 등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