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남은 인생은요?

▲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 박미라 지음.
고대 인도의 철학적 전통에서 비롯된 차크라는 꼬리뼈에서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척추를 따라 존재하는 7개의 에너지 센터를 말한다. 신체와 영혼을 연결하는 에너지 연결점으로, 가장 낮은 단계인 물라다라 차크라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스하스라라까지 계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학원에서 요가치료학을 공부하고 현재 마음칼럼니스트, 심리상담자로 일하는 저자는 차크라가 연원된 힌두사상과 정신생리학, 현대 요가심리학, 융의 분석심리학, 윌버의 통합심리학이 해석한 차크라 체계를 종합해 인간 의식 발달에 대해 정리한다.

이에 따르면 본래의 인간은 참자아, 즉 순수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의식의 성장은 우리 안에 본래 있던 것을 밝혀내는 과정이다. 순수의식은 차크라라는 매듭에 묶여 있기에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해방해야 한다.

저자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융이 말하는 '내향화'를 제시한다.

자아의식이 성숙해지면 외부로 향하는 리비도의 방향을 거둬들여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활성화된 정신의 활동에 주목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향화다. 불교의 팔정도와 비파사나, 요가의 프라티야하라 등은 모두 외부로 향하는 우리의 감각을 제어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수련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나무를심는사람들. 340쪽. 1만6천원.
▲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 황세원 지음.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기자 출신으로 민간독립연구소에서 '좋은 일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연구했고 현재 '일in연구소' 대표로 활동하는 저자의 지향점은 제목대로 '말랑말랑한 노동'이다.

저자는 단단하게 굳은 노동, 틀에 맞는 노동을 의미하는 '고체 노동'에 대비해 최근 새롭게 생겨난 플랫폼 노동과 같이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노동 방식을 '액체 노동'이라고 하면서 액체였던 노동에는 탄성을 주고 고체였던 노동은 부드럽게 해 줘서 우리의 노동이 '말랑말랑한 노동'으로 비슷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큰 쟁점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 저자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정규직이 무엇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집계가 왜 다른지 분석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보다 모두가 비정규직이 돼도 상관없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직장 내 연차휴가 일수, 청소년의 일자리,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보험 제도 등 우리 사회 노동의 제도를 구석구석 훑고 "우리는 일에 대해 더 많은 포용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산지니. 272쪽. 1만6천원.
▲ 남은 인생은요? = 성 지음, 호영 옮김.
아동기에 한국을 떠나 미국인으로 이민한 저자가 쓴 자전적 에세이다.

이민 가정의 불안한 정착과 인종차별, 약물중독, 성착취, 가정폭력의 치유기이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는 시적인 언어와 특유의 비유를 비롯해 사전, 각주, 편지, SNS 포스팅 등을 촘촘히 엮어가며 무례하고 무신경한 백인 남자친구를 욕하기도 하고 지나가 버린 찰나의 순간을 섬세한 언어로 복원하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또 심리상담 중에, 혹은 입원한 정신병동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약물에 대한 의존이나 폭력적인 연인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때로는 우울증 때문에 6시간이나 애를 쓴 끝에 침대를 벗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히 그린다.

미디어일다. 320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