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는 기대했었는데"…코로나 재확산에 대학가 원룸촌 '썰렁'

대학들, 코로나 재확산세에 2학기도 비대면 수업 결정
방 찾기 위한 학생들 찾아보기 힘들어
대학가 주변 원룸 공실률도↑
썰렁한 신촌 일대. 음식점은 물론이고 원룸 일대까지 한산하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새 학기를 앞둔 대학가 주변 원룸도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들이 2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결정하자 학교 주변에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는 학생들의 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 보통 새 학기가 시작하는 시기에는 학생들이 원룸을 찾기 위해 문의가 빗발 치곤 했지만 요즘은 발걸음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서울의 대표적인 대학들이 모여있는 신촌과 홍대 일대에는 원룸에서 상가까지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서울대와 중앙대, 숭실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관악구 봉천동 원룸가도 마찬가지다. 올해 1학기부터 시작된 비대면 수업이 2학기에도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다.

2학기도 비대면으로…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학생들

연희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일대의 상권이 거의 정지되다시피했다고 보면 된다"며 "장사가 안되는 건 물론이고 상가의 공실은 늘고 있다. 그나마 2학기를 기대했던 임대인(집주인)들은 사업을 접을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촌의 주요 인프라로 꼽히던 상가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직장인 수요도 줄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봉천동의 B 부동산 중개업자 또한 “코로나19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대학들이 2학기도 원격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하자 기존에 원룸에 살고 있는 학생들도 지방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보통 하루에 열 명이 찾아와 원룸을 문의했다면 요즘은 한명도 찾아보기 힘든 시기다”고 설명했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대학들이 비대면수업 확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들어오는 학생들은 없고, 오히려 나가는 학생들까지 곳곳에서 나타나자 월세를 내려준다는 임대인들도 있지만,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고 있다. 용산구 청파동 원룸(전용면적 30㎡이하)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50만~60만원 정도다. 여기에서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로 월세를 내려준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크지 않아서다. 학생들의 월세 마련 수단인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지거나 급여가 줄어든 것도 월세 인하가 의미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실은 급격히 늘고 있다. 보통 대학가 원룸촌 일대는 학생들이 방이 없어서 발을 구르곤 했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인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것도 공실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번 세입자(임차인)를 들이면 최대 4년까지 계약을 하게 되면서, 월세를 낮추기 보다는 공실로 놔두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 7월 서울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단독·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6816건으로 전달 대비 14.0% 하락했다. 서울 25개 구 모두 전달 대비 전월세 거래 건수가 모두 감소했다. 강북, 강남, 금천, 구로, 송파, 관악구에서 24~27%가량 급갑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세입자 대신 '공실' 선택하기도


숙명여대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학가 원룸들만 보더라도 지난해 보다 원룸 세입자가 60% 정도가 빠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전세로 돌리면 직장인들이 바로 잡아가긴 하겠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1학기 때보다 2학기때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초, 학기 시작 일 때만해도 대면수업이 재개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신입생들의 일부 수요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면서 대학 인근의 상가도 공실이 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촌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줄었고, 2학기 때는 휴학을 고민하는 신입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금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학을 준비하면서 대기했던 수요도 사실상 없어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한편 대학가 원룸을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들은 임대사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잇단 압박에 코로나로 사업마저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폐업의 기로에 놓였다. 신촌에서 원룸 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2학기를 기대하면서 근근히 버텼는데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임대사업자를 크게 돈버는 것처럼 규제로 압박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 김기운 한경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