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떠나는 기업에 보복관세…中서 유턴하면 稅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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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일자리를 가져오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미국을 떠나 해외에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위해 ‘관세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70분간 대선후보 수락연설
"나의 아젠다는 메이드 인 USA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만들 것"
미국 우선주의·일자리 창출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한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 기업들과 일자리가 우리나라에 남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의 아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나의 아젠다는 ‘메이드 인 USA(made in USA)’”라고 했다. 집권 1기 핵심 아젠다인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을 ‘중국 편’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녀 이방카의 소개로 연단에 올라 “4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새 임기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다시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고 미국을 새로운 야망과 발견의 최전선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11월 3일)을 “아메리칸 드림이냐, 사회주의 아젠다냐”의 싸움으로 규정하며 바이든과 민주당을 ‘급진 좌파’ ‘사회주의’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에 대해선 “미국 일자리의 파괴자, 47년간 미국의 위대함을 파괴한 자”라며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치고 미국을 벗겨먹도록 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자신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강한 경제를 일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들을 겨냥해 자신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최악의 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최대 경제적 재앙의 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사망선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난하며 바이든이 이들 협정을 지지했다고 공격했다. 한·미 FTA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서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간 합의이고 내가 뒤집어서 우리나라에 대단한 합의를 했다”고 말해 바이든을 공격하는 한편 한·미 FTA 개정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정, 이란 핵협정 탈퇴를 주요 외교 성과로 내세웠다. 북핵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엔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없다”며 대북 정책을 주요 업적으로 자랑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치적으로 강조하고, 해외 주둔 미군을 데려올 것이란 방침도 재확인했다. 경제 분야에선 10개월 내 1000만 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며 매우 실질적인 감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집권하면 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미국에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현재 바이든이 집권하고 있었다면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빨리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세계 1위라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시간은 70분에 달했다. 바이든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25분)보다 거의 세 배나 길었다. 연설이 끝난 뒤 백악관 주변 상공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졌고 ‘트럼프 2020’이란 문구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엔 15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현장에 놓인 의자는 간격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인 6피트(1.8m)는 고사하고 1피트(30㎝)도 안 돼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배치됐다. 백악관 밖에선 지지자들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섞여 갈라진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