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본 시무7조 상소문…"너무 비꼬았다" vs "핵심 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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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4개 대학 커뮤니티 대상 조사
상소문 긍정적 반응 우세...현 정권에 대한 신뢰 하락 원인
"비판과 간언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알아먹을 인간이었음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다"대학생들이 이른바 '시무7조 상소문'에 대한 뜨거운 담론을 펼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 직언하는 상소문 형식의 국민청원을 말한다.
"너무 비꼬아놔서 별로다", "너무 길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구구절절 맞는말", "킹은산", "한쪽으로 안 치우치고 문제만 잘 짚었다"
서울 소재 4개 대학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무7조 상소문 관련 게시글과 댓글들을 살펴본 결과 이용자들은 "뼈 때리는 말이다" 혹은 "너무 긴 데다 비꼬아 놔서 별로다" 등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쪽으로 안 치우치고 문제만 잘 짚었다", "저런 사람이 정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대단하지" 등 상소문 내용에 동의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심지어 자신을 '진인(塵人) 조은산'이라고 칭한 글쓴이를 칭송이라도 하는 듯 "킹(King)은산"이라고 반응한 학생도 있었다.
글쓴이의 글 솜씨와 내용에 대한 칭찬도 잇따랐다. "ㄹㅇ(레알, 진짜라는 뜻) 딴 걸 떠나서 비유부터 글을 진짜 찰떡같이 잘 썼다", "읽어봤는데 다른 건 몰라도 글 하나는 잘 쓰네요", "문정부 전반적인 실정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비판하네요" 등이다. 앞 글자만 읽으면 '현미', '해찬', '미애' 등 정부와 여당 인사의 이름을 따 두운(頭韻)을 살린 점에 대해 극찬하는 댓글도 보였다. 익명의 한 글쓴이는 "진짜 명문이다. 역사적 방법에 자신을 빗대어서 상소를 올리고 이제 저거 거절하고 양념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백하고, 이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를 설명하는 길이자 청원게시판의 본질 자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겠다"며 "과연 쓴 소리하는 충신을 간신들의 계략으로 묵살할 것인지 지켜봐야겠다"고 쓰기도 했다.
반면 '글이 너무 긴 데다 비꼬아 놓기까지 해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부동산 내용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원래 비공개였는데 기사 많이 나와서 여론 안 좋으니까 공개로 돌린 것 같다"는 등 해당 게시글에 대한 비공개 조치 의혹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이 시무7조에 공감한 것과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연관지어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 △부동산 정책 △의대 증원 정책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 20대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에 대한 18~29세(이하 '20대') 긍·부정률은 각각 40%, 45%로 부정적인 반응이 앞섰다.
김주환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는 “시무7조가 청년들의 취업, 부동산 등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과 미래 불투명성을 잘 담고 있는 일종의 ‘포퓰리즘적 성격’을 보인다”며 “이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을 해소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 했다. 이어 “20대들이 미래에 대한 아무런 기대와 희망이 없는 측면을 드러내는 사회적인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2일 '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지난 27일 오전에만 4만6000여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공개 처리가 돼 있지 않아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다.
추천순으로 게시글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글을 보려면 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불편한 글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30대 가장인 것으로 알려진 조은산은 자신의 블로그에 “얕고 설익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천한 자가 써내려간 미천한 글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다”며 “능력에 비추어 너무도 과한 찬사와 관심을 받아 두렵다”고 썼다.시무 7조는 지난 27일 오후 공개로 전환된 지 하루 만인 28일 오후 6시 30분 현재 동의 28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게시글은 공개 이후 24시간도 되지 않아 2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