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빛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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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규제로 수익 악화운영사 선정과 특혜 시비로 완공 후 3년이 흐른 2014년에야 가까스로 문을 연 한강 세빛섬(사진)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빛섬은 매달 20만 명이 찾는 한강 명소로 자리매김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역대급 장마까지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개장 후 6년째 '적자 늪'
코로나·장마 겹쳐 '직격탄'
28일 운영사업자인 (주)세빛섬에 따르면 세빛섬은 집중호우가 이어진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사업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어 16일부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뷔페 등의 시설이 폐쇄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줄었다. 세빛섬은 지난해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6억5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14년 개장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역대급 장마까지 겹치면서 올해 손실 규모는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빛섬 부채는 119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세빛섬 감사를 진행한 삼덕회계법인은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주)세빛섬 최대주주는 효성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로 지분 57.8%를 보유하면서 세빛섬을 직접 운영한다. 30년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하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세빛섬의 수익성을 강화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한 행사 유치는 ‘한강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 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 입점 음식점의 가격 인상조차 서울시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다. 서울시는 매년 3월께 ‘세빛섬 공공성 확보사업’ 명단을 확정해 효성 측에 사업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앞서 효성은 세빛섬 수익성 확보를 위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광고물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인공섬인 세빛섬은 2011년 선박으로 등록돼 옥외광고물법상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서울시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세빛섬은 2009년 3월 착공해 사업비 1390억원을 들여 2011년 9월 완공됐다. 그러나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운영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개장이 지연됐다. 서울시와 효성은 완공 2년이 흐른 2013년 9월 운영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보다 1년여 뒤인 2014년 10월 개장했다. 당초 다리로 연결한 세 개의 빛섬이 한강에 둥둥 떠 있다는 의미로 ‘세빛둥둥섬’으로 이름 지었지만 ‘둥둥’이란 표현이 표류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 세빛섬으로 바꿨다.
이곳은 2015년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하면서 한때 명소로 주목받았다. 당시 한국 배우인 수현이 연기하는 닥터 조의 연구실로 등장했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2000~4000명이던 세빛섬 일일 방문객은 영화 개봉 직후 최대 1만여명까지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