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던 '문재인 케어'…코로나로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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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MRI·심장초음파 등 건보 적용 줄줄이 연기척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흉부·심장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내년 이후로 밀린다. 올해와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이 2년 연속 정부 목표에 못 미친 데 따른 여파다.
내년 건보료 인상률 2.89%
예상보다 5000억원 이상 감소
적자 쌓여 내년으로 일정 미뤄
2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순 도입하기로 했던 척추 MRI에 대한 건보 적용을 내년으로 미룰 계획”이라며 “역시 올 하반기 시행 과제였던 흉부·심장 초음파 건보 적용도 내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 이유에 대해 “급여화 방법과 범위 등을 놓고 의료계 내 이견이 많아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며 “건보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케어’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2019~2023년 5년간만 41조5842억원이 든다. 이런 재정 소요를 충당하려면 건보료율을 일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작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건보료율을 2019~2022년 연 3.49%씩, 2023년엔 3.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작년 건보료는 3.49% 올라 목표치를 맞췄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상 조짐이 생겼다. 노동계와 경영계 등 가입자단체가 “우리는 매년 3% 중반의 높은 건보료 인상에 동의한 적 없다”며 정부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건보료 인상률은 3.2%에 그쳤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내년도 건보료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반발이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지난 27일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건보료 인상률은 2.89%로 정해졌다. 2년 연속 건보료 인상률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보험료 수입은 예상보다 5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안 그래도 불안한 건보 재정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2018년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다. 작년엔 적자폭이 2조8243억원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척추 MRI 등의 건보 적용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척추 MRI 건보 적용만으로도 재정 지출 소요는 연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 건보료 결정의 메시지는 가계와 기업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높은 건보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초에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보를 적용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던 것만큼 문재인 케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최종석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