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의·정 대치속 제자 불이익시 집단행동(종합2보)

정부, 업무개시명령불응 전공의 10명 고발 vs 의협, 복지부 간부 직권남용 고발검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무기한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속에서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단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 참여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참여할 경우 '대란' 수준의 의료공백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 의사 국시 연기 제안…"의대생 등 불이익 없어야"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뿐 아니라 개별 의과대학 교수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의료계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게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연기하고, 관련 정책을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현재 의사 국시를 접수한 3천172명 중 약 90% 상당인 2천823명이 응시를 취소했다.

이날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원점에서부터 의료계와 협의해달라"고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전날 성균관 의대 교수들도 "논의 재시작과 국시 연기"를 제안했다.

이들은 모두 제자들이 이번 단체행동으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희대 의대 교수 일동 또한 "정부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단 한명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도모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임상교수들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젊은 의사들을 궁지로 몰아 심각한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아달라"며 "전공의 고발은 전공의와 학생들을 집단 사직과 국시 거부로 몰아 국가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전공의 파업은 지지…단체행동은 '신중'
다른 주요 상급병원에서도 제자들을 보호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동참할지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며, 단체 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고려의대 교수의회가 설문한 결과 전공의 파업에 대해서는 90.8%, 의대생 휴학에 대해서는 85.3%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교수도 91.2%에 달했다.

이 설문에는 조교수 이상 교수진 800명 중 459명이 참여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교수들이 파업 등 집단휴진 등에 나설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들이 31일부터 외래진료를 축소한다는 소식에 교수들이 집단휴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으나 병원 측은 "파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3개 병원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 조치했다. 의협은 '탄압'이라고 규정한 뒤 복지부 간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