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에서 다시 선수로…안요한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외국인 선수 통역, 코치로 일하던 안요한, 한국전력 센터로
안요한(30)은 자신을 '한국전력 센터'로 소개하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 때론 그 행복을 주체하지 못해서, 과한 세리머니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안요한의 '이력'을 아는 선수들은 세리머니의 의미를 알고, 이해한다.

6년 만에 선수로 돌아온 안요한은 "지금의 나를 보며 울컥할 때가 있다.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안요한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준결승전에서 여러 차례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한국전력)이 두 팔 벌려 포효하는 안요한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웃을 정도였다. 이날 안요한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6득점했다.

경기 뒤 러셀의 통역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그는 '선수'로도 질문을 받았다.

안요한은 "2019-2020시즌 외국인 선수 통역, 코치로 한국전력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우리 팀이 다소 조용한 팀이었다. 한국전력과 선수로 계약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보자'라고 생각했다"며 "박철우 선배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하는 건 예상했다.

그런데 러셀도 상당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그는 "세리머니가 과해 솔직히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9-2020시즌, 안요한은 한국전력에서 뛴 가빈 슈미트의 통역 겸 코치였다.

이번 컵대회에서도 안요한은 러셀의 통역 역할을 한다.

한국전력이 통역을 구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러셀의 통역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안요한의 본업은 '센터'다.

가빈을 향한 질문을 대신 받고, 전달하던 안요한은 최근 자신의 심정을 궁금해하는 질문도 받는다.

안요한은 "다시는 현역으로 뛰지 못할 줄 알았다.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면 안요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안요한은 2012-2013 시즌 2라운드 4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당시 포지션은 레프트였다.

2시즌 동안 12경기만 뛴 안요한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은퇴했다.

2015년 2월에 한국전력 구단은 안요한을 위한 은퇴식도 열었다.

은퇴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영어를 배운 그는 2019-2020시즌 친정팀 한국전력에 통역 겸 코치로 입사했다.
1년 동안 가빈과 함께 생활한 그는 현역 복귀를 꿈꿨고, 센터로 보직을 바꿔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번 컵대회에서 한국전력 주전 센터로 활약 중이다.

예선 3경기에서 세트당 0.900개의 블로킹 득점을 해 이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부문 1위는 세트당 0.909개를 잡은 박상하(삼성화재)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안요한은 정말 대단하다.

오랜 공백이 있었는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라고 칭찬했다.

안요한에게 은퇴를 결심했던 6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자꾸 일어난다.

컵대회 결승 진출도 그렇다.

안요한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안요한은 29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대한항공과의 결승전을 준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