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논의' 약속에도 전공의 파업 강행…진료공백 장기화우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부와 국회, 의료계 원로로부터 의대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약속을 받고도 집단휴진을 강행하면서 진료공백 장기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30일 대전협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지속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이미 '한계'를 호소해왔던 의료현장에서는 진료 축소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서울대병원 내과가 31일부터 일주일간 외래진료를 축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서울성모병원 내과에서도 진료 축소 등을 논의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추이와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하고 있으며, 아직 가시화된 사항은 없다"면서 "수술이 점점 줄고 있지만, 거기에 교수들을 장기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 외래 일정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주요 대학병원들은 지난 21일부터 전공의들이 단계적으로 시작한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등 외래 진료를 조정하면서 버텨왔다.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평소의 '절반' 수준만 소화하면서 대응해왔다.

그러나 교수들이 입원환자, 중환자 관리와 외래진료, 수술, 야간 당직 업무를 모두 맡으면서 업무 부담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대전협이 단체행동을 지속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진료 공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과대학 교수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응급실 전공의 일부를 고발하자 교수들을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그러나 전날 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에서 대전협에 파업 유보와 원점 재논의를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상황이어서 내부 의견이 어떻게 수렴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장이나 의과대학 학장과 일선 현장 교수와의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국회, 교수들까지 나서서 재논의를 약속했으나 대전협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는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립대·사립대 병원장 및 의과대학 등으로 구성된 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의 중재안에는 공통으로 '원점에서 논의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전협이 집단휴진을 지속한다는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사로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진료 현장으로 즉시 복귀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의학교육 및 수련병원 협의체에 참여한 인사 한명은 "아직 사태를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