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부동산에서 눈 떼고 전체 자산 절반은 주식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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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인터뷰 - 고재현 메트라이프생명 투자전문위원“부동산 세금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주식 비중, 더 늘려야 하나요.” “저금리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는 뭘까요.”
연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예금은 가장 부적절한 선택
부동산은 '규제 리스크'에 발목
메트라이프생명에서 고액자산가 컨설팅을 맡고 있는 고재현 노블리치센터 투자전문위원(사진)이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과거 그를 찾는 사람들은 50대 전후의 전문직 종사자와 법인 대표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30대 젊은 층도 부쩍 늘었다. 연령대는 다양해졌지만 고 위원이 내놓는 ‘재테크 기본 원칙’은 같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량자산 중심의 균형 잡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부동산에는 관심 줄여라
고 위원은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의 투자는 ‘수익률 향상’과 ‘절세’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부적절한 선택은 예금 위주로 묶어두는 것”이라고 했다. 금리가 연 1%에 못 미치는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묻고 ‘마이너스 실질수익률’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은 정부 규제와 세금 부담이 강화돼 기대수익률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노블리치센터가 관리하는 자산가들도 부동산 일부를 처분하고 주식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다.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고 위원은 강조했다. 자산가 중에서도 올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할 당시 주식형펀드를 싹 정리하고 채권형펀드로 갈아탔다가 ‘V자 반등장’에서 소외돼 후회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고 위원은 “앞으로 주식은 반드시 가져간다고 생각하되, 어떤 일이 발생해도 팔지 않을 만큼 보유한다는 원칙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전체 자산의 절반은 주식, 나머지 절반은 채권 및 금(金) 같은 안정적 자산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고 위원은 “주식도 국내에 ‘몰빵’하면 위험하고, 경제 사이클(순환주기)이 다른 여러 나라에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주식 투자금의 60%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담고 20%는 국내 주식, 또 다른 20%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에 넣을 것을 제안했다.
증시 출렁일 때 평정심 지키려면
주식으로 돈 불리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투자 경험이 많고 ‘실탄’이 풍부한 부자들도 실수할 때가 많다. 그는 “단기 매매차익을 기대해 사고파는 타이밍을 예측하는 데 집중할 때 이런 결과를 불러오기 쉽다”며 “주식은 꾸준히 장기 투자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했다. 개별 종목 직접투자 비중은 30% 안팎으로 묶고, ‘시장을 통째로 사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고 위원은 “급락했던 증시가 단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변동성이 큰 자산임을 감안해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비중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30~40대라면 주식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증시를 주도한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업 중심으로 고르는 게 원칙이다.
반면 50~60대에는 주식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 보수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언택트(비대면) 성장주 열풍이 지나가면 배당주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배당주로 은행 예금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기는 전략은 균형 잡힌 장기투자”
고 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 11월 미국 대선, 미·중 갈등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주식 외에도 실물자산과 절세상품 등을 두루 활용해 완충장치를 충분히 갖춰둬야 한다는 설명이다.과거 ‘방어적 자산’의 대명사는 채권이었다. 채권값은 금리가 떨어져야 오르는데, 금리가 역대 최저로 하락한 상황에서 가격이 이미 비싸졌고 추가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고 위원은 지적했다. 채권의 대체재로 금 관련 상품에 일정 비중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보험사 상품에서 비과세 혜택이 있는 ‘변액보험’과 ‘달러보험’에도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주요 생명보험사는 변액보험으로 해외 주식·채권형 펀드 및 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추세다. 보험금을 달러로 받는 달러보험은 ‘통화 분산 효과’를 노려볼 만한 상품이다. 고 위원은 “균형 잡힌 장기 투자에 집중한다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