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인적 끊긴 음식점 거리…배달 오토바이만 '부릉'

거리두기 2.5단계 첫날…수도권 번화가 초저녁부터 한산
뒤늦게 식당 찾은 손님들, 안내받고 발걸음 돌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첫날인 30일 수도권 주요 음식점 밀집 거리는 초저녁부터 인적이 뚝 끊겼다.음식점과 제과점 경우 낮과 밤 시간대는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9시께 기자가 찾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해양경찰청 일대 번화가는 평소 휴일 저녁답지 않게 많은 음식점이 불을 끄고 영업을 중단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업주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손님 수에 하나같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송도동의 한 해물탕집 사장은 "손님들과 실랑이를 하기 싫어서 오후 8시 넘어서는 포장 손님 이외에 매장에 손님을 아예 받지 않았다"며 "휴일인데도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손님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도 안 된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 20년 넘게 오리요릿집을 운영했다는 업주는 "장사를 시작하고 올해처럼 어려운 해는 처음 겪는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주춤했던 때만 해도 하루 저녁에 20팀 넘게 손님을 받았는데 오늘 저녁에는 겨우 3팀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의정부 음식점 밀집 거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술집, 음식점 대부분이 일찍이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문을 열고 있더라도 매장 안에 손님이 있는 가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24시간 영업하는 한 해장국집에 있던 손님 2∼3명은 오후 9시가 다가오자 직원의 안내를 받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평소 밤늦게까지 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주점 주인은 "원래 1∼2차 후 가벼운 안주와 술을 찾는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됐다"며 "앞으로 영업 방식이나 아르바이트 운영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흥덕지구 내 먹자골목에 있는 가게들도 시간에 맞춰 영업을 종료했다.

맛집으로 소문나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받던 유명 고깃집도 이날만큼은 일찍 주문을 마감했다.

뒤늦게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가게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먹자골목을 찾은 한 주민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급적 외식을 안 하려고 했는데, 사정상 식사 준비를 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밖으로 나왔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인 줄은 알지만, 외식업 업주들의 힘든 상황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권 번화가는 거의 텅 비다시피 했지만, 주변 도로에는 많은 배달 오토바이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분식집 사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악화해서 이참에 아예 매장에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로만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신민재, 최재훈, 권준우, 류수현 기자)


/연합뉴스